성폭력 표현한 일러스트

여성의 피임 요구를 무시한 채 성관계를 가진 남성에 대해 일본 법원이 최근 이같은 행위를 불법으로 보고 손해배상을 명령했다고 아사히신문이 5일 보도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넘어 ‘피임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획기적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는 지난달 19일 피임을 거부한 남성에 대해 74만엔(약 700만원)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여성은 2020년~2021년 두 차례 남성과 성관계를 갖고 두 번 임신했다. 피임기구를 미리 준비해 남성에게 착용을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고 한다. 재판 과정에서 여성은 “성관계는 동의하에 이루어졌지만 피임 요구를 무시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처음 임신 때는 유산했으나, 다음 임신 때는 출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인(LINE)으로 남성에게 태아의 인정을 요구했으나 남성은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인정이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당시 남성은 이혼한 상태로,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한 사실이 밝혀졌다.

재판부는 “두 번 모두 쉽게 피임할 수 있었는데, 굳이 하지 않았다”며 “성관계에 동의하더라도, 피임에 응하지 않고 성관계를 계속하는 것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임신의 신체적·정신적 부담은 여성에게만 발생한다”고도 했다.

여성공동법률사무소의 유키다 쥬리 변호사는 ”성관계에 동의한다고 해서 피임하지 않는 데에도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임의 자기결정권을 정면에서 인정한 획기적 판결“이라고 평가헀다.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도 ‘피임 거부’가 폭력이라는 인식은 성별 불문 확산 중이다. 아사히가 인용한 내각부의 올해 3월 공표 조사를 보면 남녀 약 90%가 “부부 간 피임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어떠한 경우든 폭력에 해당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해당 조사에서 피임에 협조하지 않는 등 성적 강요를 배우자에게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여성이 10.5%로 남성(1.1%)보다 많아 성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키다 변호사는 피임 거부 행위 자체가 민사상 불법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다툰 재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번 판결에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피임 도구를 사용하는 것처럼 상대를 속이거나, 이를 상대방 동의 없이 제거 또는 훼손하는 행위를 뜻하는 ‘스텔싱’의 경우는 독일·스위스·캐나다 등지에서 처벌 대상이다. 국내 법원도 지난 2021년 스텔싱 행위에 대해 민사상 불법성을 인정하고 가해 남성이 손해배상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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