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하룡 기자]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대규모 사상자를 낸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교 폭격에 우려를 표명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서둘러 휴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호텔 유세 행사장에서 취재 기자들에게 "가자 지구에서 너무 많은 민간인이 죽었다. 인질 석방 합의가 필요하고 휴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4.08.11 BBC, AFP 종합]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추격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민간인 사상자를 내지 않을 중요한 책임도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에 합의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두 학교를 폭격해 16명 사망, 10일에도 알바타인 학교를 공습해 70여명 사망했다.

폭격 당시 알바타인 학교에는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을 따라 베이트 하눈 마을을 빠져나온 피란민 등 1,000여명을 수용하고 있던 보호시설로 알려졌고, 공습 시간 또한 무슬림의 새벽기도 시간이어서 이스라엘은 '대량 학살' 혐의를 받는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번(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두 학교를 폭격)에 이어 이번(알바타인 학교)에도 "학교를 하마스 지휘 통제 센터로 사용하고 있어 정밀 폭격으로 파괴했다"는 똑같은 주장을 계속했다. 

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공격 당시 하마스의 고위 사령관 아쉬라프 주다가 학교 시설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망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여러 피란민 보호소를 공격하고 있다. UN은 8월6일 기준, 가자지구 내 564개 학교 중 477개가 직접 타격을 받거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10일(현지시간) 기준,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39,790명으로 늘어났고, 부상자 수는 91,72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지난 몇 주 동안 최소 10개의 학교가 표적이 됐다. 이건 '학살'이며 이런 학살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휴전 협상의 중재역을 맡은 이집트도 "이스라엘은 전쟁을 종식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 카타르도 전범국에 준하는 "국제 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당국도 이번 공격으로 100여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며 "끔찍한 학살"이라고 비난했다.

숀 세이벳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하마스가 학교를 집회와 작전 장소로 이용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조처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일관되게 말했다"면서 이스라엘의 야만적 행위에 '미국은 책임없다'는 투로 지적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국제사회가 일제히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가 12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석상에서 비판하고 나섰다. [2024.08.11 하레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종합]

이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외무·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갈란트 장관은 "이스라엘군이 왜 헤즈볼라를 겨눠 레바논과 전쟁을 벌이지 않느냐"는 의회의 질문에 "'영웅들의 북소리'와 함께 '절대적 승리' 같은 횡설수설이 들려온다"고 대답해 화제가 됐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절대적인 승리를 쟁취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보다 전쟁을 강행하겠다"는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갈란트 장관은 "오늘 레바논에서 전쟁을 치르는 상황은 (작년 10월 하마스로 인해) 이 전쟁이 시작된 상황과는 다르다"며 "우리는 인질 귀환 조건을 만드는 데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갈란트 장관이 반反이스라엘 표현을 하면 인질 협상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훼손될 것"을 지적하면서 "협상의 유일한 장애물, 야히야 신와르를 비난했어야 마땅하다"고 선을 그었다. 휴전 협상 공전의 책임은 네타냐후가 아니라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신와르에게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 5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통치를 반대한다"고 발언하는 등 전쟁 중에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계속해서 전쟁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5레바논 남부 마을에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른다.

 

국제사회의 지탄과 이스라엘 전쟁 지도부의 내부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을 향해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8월12일(현지시각) 새벽, 이스라엘 북부 아브돈 지역에 로켓 30여발이 쏟아진 것이다. [2024.08.12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알-자지라 종합]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번 폭격으로 사상자 수 등 피해상황은 보고하지 않고, "폭격당한 아브돈 지역 농업공동체 땅에 가벼운 화재가 발생했을 뿐"이라며 가볍게 논평했다. 

이번 공격은 7월말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격 이후 헤즈볼라의 보복 선언,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 이후 하마스와 이란도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선포 후 벌어진 공격이라, 그동안 가자지구에서의 '국지전'이 여러 지역들로 광범위하게 확산돼 '5차 중동전쟁'이 우려된다. 

'5차 중동전쟁'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헤즈볼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던 그들의 정치조직 및 군사 거점도 베이루트 밖으로 옮겼다. 이를 "헤즈볼라가 '최악의 상황'에 본격적 수순에 들어갔다"는 추측과 때마침 12~13일이 유대교 명절 '티샤 베아브' 기간이라 "이란 및 '저항의 축' 보복 개시일"이라는 등 온갖 전쟁시나리오가 난무하는 상황이다. 

한편 가자 지구 전투를 두고는  지속 중이다.   오는 15일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을 비롯해 인근 중동 국가들의 휴전 회담이 예정돼 있는데, 앞서 하마스는 도하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하마스는 지난 5월31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 협상 프레임워크로 돌아가자는 성명을 낸 바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 휴전안은 총 3단계로, 마지막 단계에서 가자 지구 분쟁 종식을 추구한다고 돼있다. 

알-자지라방송은 현재 하마스가 협상에 불응하는 게 아니라 이스라엘 측이 협상 불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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