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의회 ‘알자지라법’ 가결

국가 안보 위협 보도 통제 가능해져

네타냐후 “테러범 채널, 방송하지 않을 것”

전쟁 비판·퇴진 요구 목소리 축소 우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아랍권 최대 규모 매체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참상을 다뤄온 알자지라의 취재와 보도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을 1일(현지시간) 제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맹폭을 규탄하는 국제사회 부정적인 여론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시위대 목소리에 귀를 닫고 ‘마이웨이’를 선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AP통신 등은 이날 이스라엘 의회가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와 보도를 정부가 강제로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일명 ‘알자지라법’을 찬성 71표, 반대 10표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법안에 따르면 해당 보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권한은 총리와 통신장관, 모사드 등 관계 당국이 갖는다. 여기에 현지 지국 폐쇄와 웹사이트 접속 차단도 명령할 수 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 의회가 특정 매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알자지라를 겨냥한 표적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알자지라는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봉쇄와 이로 인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주의 위기 관련 보도를 이어왔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호전성을 지적하는 사설을 대거 싣는 등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견해를 유지해왔다.

탈장 수술로 자리를 비운 네타냐후 총리는 법 통과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테러범 채널인 알자지라는 이제 이스라엘에서 방송되지 않을 것”이라며 “알자지라 활동을 중단시키는 새로운 법이 처리됨에 따라 즉각 행동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장관도 “이스라엘에선 하마스 대변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알자지라는 며칠 내로 폐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사자인 알자지라는 “이스라엘 총리의 선동과 수치스러운 거짓 비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알자지라의 대담하고 전문적인 취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이번 조처가 언론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의 자유는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 정부는 전 세계 언론인들이 수행하는 중요한 업무를 지원할 것이며, 여기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분쟁을 보도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국제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도 성명을 내고 “언론의 자기 검열과 적대감을 조성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알자지라 규제를 명분으로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술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스라엘 언론 감시 시민단체 세븐스아이의 오렌 페르시코는 AP통신에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이스라엘 매체를 포함한 다른 언론에도 공격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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