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조선인 피해 질의

도쿄도 등 3곳 “파악 안 했다”

시민단체 “역사에 대한 모욕”

한국무용가 김순자씨가 지난 1일 일본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101주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중 진혼무를 추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간토대지진 당시 자행된 조선인 학살 희생자 수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2일 보도했다. 연구자, 시민단체 등이 당시 학살 관련 기록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전날 간토대지진 101주년을 맞아 간토 지방 광역지자체 7곳을 대상으로 조선인 학살 희생자 수 등을 질의했으나, 도쿄도·이바라키현·도치기현은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도쿄도 관계자는 국가기록이 있는데도 “어디까지나 국가가 파악했던 내용”이라며 “도쿄도는 조사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살 기록이 존재하는 이바라키현과 도치기현도 희생자 수를 파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나가와현은 지난해 시민단체가 사료를 발굴해 지역 내에서 조선인 145명이 학살로 희생됐다는 사실을 발표했는데도 학살 사망자가 11명이라고 답했다.

군마현은 “후지오카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알고 있다”고만 했다. 후지오카 사건은 당시 자경단 등이 경찰서에 있던 조선인 17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올해 6월 일본에서 간토대학살 관련 단행본을 펴낸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가치는 “도쿄도의 대답은 역사에 대한 모욕이다. 조사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정부가 말하고 있어서 (우리도) 할 수 없다’는 (지자체의) 태도는 본말전도다. 정부가 지역을 하나하나 세세히 조사하기 어려우므로 (오히려) 각 지역이 제대로 조사한 다음 정부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며 “‘과소신고’된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고 지역 실정을 찾으려 하지 않는 것은 역사에 대한 존중 부족이자 행정의 게으름”이라고 말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조선인 학살을 외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이케 지사는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매년 9월1일에 열리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8년 연속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1일 도쿄와 요코하마 등 간토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한다’는 등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에 살던 조선인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선 당시 학살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조선인 추도에 반대하는 일부 극우단체 등의 주장이 이어져왔다.

일본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전날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101주년 추도식을 열었다. 극우 단체 ‘소요카제’는 올해도 추도식이 열린 날 같은 장소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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