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현지시간) 시날로아주 방위군과 멕시코 육군이 쿨리아칸에서 카르텔 순찰 작전을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멕시코 마약 카르텔 ‘시날로아’가 내분하며 상대 파벌과 살상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멕시코 서부 시날로아주 쿨리아칸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멕시코 일간지 엘우니베르살은 21일(현지시간) 쿨리아칸의 한 쇼핑몰 인근에서 폭발음이 들려 수십명이 대피하고 군인 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또 무장 세력이 경찰관과 총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민간인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 도시의 주거 단지와 가까운 곳에서는 수류탄이 폭발했다.

멕시코 당국은 현지에 군인과 군용 헬리콥터, 무기 등을 투입해 무장 세력 진압에 나섰다.

루벤 로샤 모야 시날로아 주지사는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면서도 시민들에게 테러 지역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멕시코 언론들은 이번 쿨리아칸 도심 혼란 사태가 시날로아 내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봤다.

멕시코 ‘2대 대형 카르텔’로 꼽히는 시날로아의 내분은 지난 7월, 이 카르텔의 2인자 이스마엘 삼바다 가르시아(일명 엘 마요)의 체포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삼바다는 경쟁 파벌 ‘로스 차피토스’를 이끄는 호아킨 구스만 로페즈가 자신을 납치한 후 미국 정부에 자신을 넘겼다고 옥중에서 주장했고, 지난 9일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로페즈는 시날로아를 이끌다 체포된 호아킨 아르치발도 구스만 로에라(일명 엘 차포)의 아들이다.

삼바다와 로스 차피토스 파벌은 상대 조직원과 상대 조직을 도운 시민을 살상하고 있다. 이들의 주 활동무대인 쿨리아칸은 ‘공포의 도시’가 됐다.

지난 15일에는 도심 외곽 고속도로에서 머리 등 신체 부위에 솜브레로(챙이 넓은 모자)가 씌워진 남성 시신 5구가 발견됐다. AP통신은 쿨리아칸 길거리에 피 웅덩이가 만들어졌으며, 카르텔에 신원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검은 복면을 쓴 무장 경찰이 도시에 있는 시체를 수습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멕시코 방위군이 쿨리아칸에서 남성 5명이 살해당한 현장에서 대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 당국은 전날까지 카르텔 분파 간 분쟁으로 약 53명이 사망하고 51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카르텔 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상점이나 업소들은 일찍 문을 닫거나 휴점하고 있으며,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는 학부모도 있다.

시민들의 공포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오는 10월1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카르텔 폭력 사태의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리는듯한 발언을 해 비판받았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1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시날로아 카르텔 내부 세력 충돌에 미국도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그렇다”며 미국 정부의 “카르텔 수괴급 체포 작전 수행”이 카르텔 내분 사건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미국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주장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켄 살라자르 주멕시코 미국 대사는 “미국이 멕시코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 등) 일에 대해 공동 책임이 있다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며 “미국의 잘못이 아닌데, 미국이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멕시코 당국은 폭력에 가담한 시날로아 카르텔 조직원을 잡아들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법 절차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판사들은 여당과 오브라도르 행정부 주도의 판사 직선제를 핵심으로 한 ‘사법 개편’에 반대하며 한 달 동안 파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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