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공습에 연기 피어오르는 레바논 남부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란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탄도미사일 180여발을 날려 보내며 그간 친이란 세력을 공격해 온 이스라엘에 대한 본격적인 보복에 나서자 이스라엘군은 다음 날인 2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도심을 공습하며 헤즈볼라를 향한 공세를 강화했다.

이에 헤즈볼라도 로켓 200발 이상을 쏘는 등 이스라엘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거세게 맞섰으며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 가운데 처음으로 전사자가 나오면서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이란 탄도미사일 방어 후 레바논 공습 나서.. 각국 서둘러 자국민 대피

지상전서 이스라엘군 8명 전사.. 레바논, 하룻새 46명 사망

이란은 지난 1일 저녁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180여발을 발사했다. 이는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압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그러자 이스라엘군은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과 교외 지역을 겨냥한 공습으로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3일 새벽에도 베이루트 시내와 인접한 지역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향해 200발이 넘는 로켓을 쏘며 반격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에서 전사자도 나왔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해 제한적이고 국지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는데 처음으로 전사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621 특수정찰부대와 골라니보병여단 등 소속 장병 8명이 숨졌다고 밝혔고, 헤즈볼라도 레바논 남부 마룬알라스 마을에 침투한 이스라엘군과 전투가 벌어졌다며 "마을을 향해 접근하던 이스라엘군 메르카바 탱크 3대를 로켓으로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전역이 불바다가 되면서 인명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46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 방송은 이스라엘이 이번 폭격에 국제적으로 금지한 인산 폭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린 폭탄은 공기 중에서 빠르게 발화돼 매우 높은 온도로 타며 인체에 닿을 경우 심각한 화상을 입히고 심할 경우 뼈까지 녹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이 레바논 전역에 이뤄지면서 세계 각국도 자국민 대피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레바논을 떠나기 위한 비행기 좌석을 확보하고 있다. 호주 역시 자국민이 레바논이 떠날 수 있도록 수백 개의 비행기 좌석을 확보했으며 캐나다는 대규모 수송을 위해 상선 계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 50명을 대피시키 위해 자위대 비행기 2대를 파견했으며 중국 정부도 200명 이상의 중국인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역시 레바논에 130여명의 한국인이 체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 수송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긴급 경제안보회의에서 중동지역 위기 고조에 대해 "이스라엘과 중동 역내에 소재한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우리 국민 철수를 위해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이란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 [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때리나.. 바이든 "이란 핵시설 공격 반대"

일각에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우려하는 이스라엘이 이번 기회에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베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역시 자신의 SNS에 "우리는 이란의 핵 프로젝트를 파괴하고, 주요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고, 테러 정권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문어(이란)의 촉수(대리세력)는 심하게 다쳤다. 지금이야말로 머리를 겨냥할 때"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실제로 이란의 핵시설 공격에 나설 경우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그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돌출행동에 불쾌감을 표현하면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지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으나 핵 시설 공격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지지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답은 아니다(No)이다"라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이 무엇을 하려는 지에 대해 이스라엘과 논의할 것"이라면서 "우리 7개국 모두(G7) 이스라엘이 대응할 권리가 있지만 비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보다는 석유 생산 시설과 군 기지를 공격 목표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석유 시설 공격은 서방의 장기 제재로 악화한 이란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중동 분쟁격화 중단해야"

이번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일 긴급회의를 열고 중동 지역의 분쟁 격화를 중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 브리퍼로 참석해 "죽음을 부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폭력을 멈춰야 한다"며 "시간이 얼마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발생한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중동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는 분쟁 격화의 끔찍한 순환을 당장 멈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을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황준국 유엔 대사도 "이번 위기는 다른 분쟁과 달리 수많은 국가가 휘말릴 우려가 있고 지리적 한계가 불분명해 국제정치, 경제, 나아가 인류 전체에까지 미칠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할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안보리는 이제 단결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프랑스 대사도 회의에서 "안보리가 단결해 긴장 완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은 물론 미국과 러시아 등 친이스라엘, 친이란 국가들간의 설전도 벌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비난하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격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자 대사는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가자, 시리아, 예멘을 공격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미국 등 서방국가는 이스라엘의 침략적인 테러리스트 정권에 전례 없는 면책 특권을 부여해왔다"고 비난하며 "추가 확전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명확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즉각 멈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안보리 전 약식 회견에서 "이란의 공격은 민간 시설을 향한 계산된 공격이었다"며 "이스라엘은 이 같은 공격을 참지 않을 것이며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이란의 주장을 반박했다.

레바논 국경으로 향하는 이스라엘 탱크 [사진=UPI=연합뉴스]

G7 공동성명 "중동 위기 외교적 해법 가능"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2일 중동 위기의 외교적 해결을 희망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G7 정상은 이날 화상 정상회의를 연 뒤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며 "중동 지역의 갈등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7은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G7은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안정화를 위한 유엔 결의안 1701호의 이행을 시작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유엔 결의안 1701호는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종식을 위해 채택된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레바논 리타니 강 이남에는 헤즈볼라를 제외한 레바논군과 레바논 지역 유엔평화유지군(UNIFIL)만 주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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