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의 유엔군 기지를 공격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란을 향한 보복을 앞두고 있는 이스라엘이 10일(이하 현지시간) 레바논 남부의 유엔군 기지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자 국제사회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를 일제히 규탄하고 나섰다. 가자 전쟁에 이어 헤즈볼라, 이란과 확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 이번 유엔군 기지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 수준을 놓고 미국과 협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져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란은 만일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핵전략을 전면 수정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스라엘, 유엔평화유지군 기지에 포 발사.. 군인 2명 부상

국제사회 일제히 규탄..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명백한 국제법 위반"

레바논 헤즈볼라와 지상전을 펼치고 있는 이스라엘군은 1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를 공습했다. 이번 폭격으로 22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부가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 지역 공격도 병행했다. 문제는 이스라엘군 탱크가 레바논 남부 국경도시 나쿠라에 위치한 레바논 지역 유엔평화유지군(UNIFIL) 기지로 포를 발사해 군인 2명이 다치고 감시 기능 일부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UNIFIL은 "이스라엘군이 기지 주변을 사격해 차량과 통신시스템이 손상됐고, 감시카메라를 고의로 쏴 작동 불능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나쿠라에서 헤즈볼라를 상대로 작전하던 중 해당 지역의 유엔군에게 불의의 타격이 가해졌다고 해명했다. 또, UNIFIL에게 안전한 곳으로 옮기라고 권고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안드레아 테넨티 UNIFIL 대변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우리를 이곳에 배치했으며, 우리는 작전을 수행할 수 없을 때까지 이곳에 머물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UNIFIL에 참여하는 각국은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UNIFIL 기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발포는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번 발포에 대해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에게 항의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성명에서 "UNIFIL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한다"며 "평화유지군을 보호하는 건 모든 분쟁 당사자에게 부과된 의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외무부 역시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이라며 "스페인 정부는 이스라엘의 화포가 나쿠라의 UNIFIL 기지를 때린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바이든, 네타냐후와 통화…이란 보복 계획 논의

현재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 수위를 놓고 미국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폭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약 200발을 발사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재보복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의 보복 수위는 이란의 석유 시설이나 핵시설 타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양국 간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상황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의 군사시설을 겨냥하는 중간 강도의 보복이 적절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9일 전화통화로 이스라엘의 보복 계획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통화 후 정례브리핑에서 "직접적이었고 생산적이었다. 이스라엘이 지난주 이란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수위 높은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갈란트 장관은 9일 이스라엘군 군사정보국 산하 9900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의 공격은 치명적이고 정확하고 무엇보다도 놀라울 것"이라며 "이란은 결과를 보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베이루트 공습 현장 [사진=EPA+연합뉴스]

이란, 이스라엘이 핵시설 공격시 핵무기 제조 나설 수도

걸프국가들, 미국에 "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공격 막아달라" 로비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할 경우 핵전략을 전면 수정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정치 고문인 라술 사나에이-라드 준장은 10일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반관영 뉴스통신사 파르스에 "핵 시설 공격은 전쟁 중 그리고 전쟁 후의 계산에 확실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대이스라엘 억제력 강화의 하나로 핵무기 제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럴 경우 바이든 정부는 이란의 핵무장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걸프지역 국가들도 미국에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시설을 공격할 경우, 이란이 자국 석유시설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은 아랍 산유국들과 중동의 미 동맹국들에게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영토와 영공을 내줄 경우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은 이스라엘이 자국 영공을 통해 이란에 미사일을 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했다고 연합뉴스와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