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해리스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주 전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6%p 차로 앞섰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3%p로 격차가 좁혀진 것이다.

특히, 경제 문제와 중동 긴장 고조 등으로 인해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이대로 간다면 결국 트럼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서 지지율 격차 3%p 줄어.. '경제 문제' 해리스에게 불리

7일(이하 현지시간) 야후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유거브가 지난 2~4일 전국 성인 1714명을 조사(오차범위 ±3%p)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양자대결서 해리스 48%·트럼프 46%로 집계됐다.

이는 약 한달 전 대선 토론 직후 이뤄진 동일 여론조사(해리스 50%·트럼프 45%) 당시 보다 격차가 3%p 줄어 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8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3%p)에 따르면 미 대선 양자 대결에서 해리스는 46%, 트럼프는 43%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의 지지율이 3%p 높았으나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동일한 조사에서 6%p 차가 났던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격차를 크게 좁힌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미국 내 경제 문제가 해리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해당 조사에서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신뢰도는 트럼프가 44%였고, 해리스를 선택한 응답자는 38%였다.

해리스, 미시간 등 '블루월' 러스트벨트서 고전.. "이대로면 트럼프 승리"

미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에서도 해리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스트 벨트 핵심 경합주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시간과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벨트는 노조 영향력이 강해 고졸 이하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도 민주당 지지세가 전통적으로 높아 '블루월'로 불린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곳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에서 이들 3개주를 싹쓸이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해리스는 3개주 가운데 어느 곳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시간에서는 해리스의 지지율은 평균 48.0%이며, 트럼프는 46.3%로 집계된다.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에서도 격차는 각각 0.7%, 1.6%로 오차 범위(±5%) 내로 나타났다.

WSJ은 해리스 부통령이 노조의 조직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미국교사연맹(AFT) 등 일부 전국 단위 노조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 편에 섰던 미국 최대 운송 노조인 팀스터스(Teamsters), 국제소방관협회(IAFF) 등은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를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 내부에서는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로 해당 지역 유권자를 공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WSJ가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러스트벨트 가운데 일부에서 승리하며 대권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9일 한겨레에 "현재 상황이라면 트럼프의 승리를 전망할 수밖에 없다"며 샤이 트럼프의 존재를 근거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이 훨씬 높았지만 트럼프가 승리했고, 2020년에는 바이든 지지가 훨씬 높다는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표 결과에선 바이든이 아주 근소한 차이로 겨우 이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시간의 경우 2016년 대선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4%p 앞섰으나 실제 투표 결과 트럼프가 1%p 앞서며 승리한 바 있다. 즉, 최소한 5%p는 해리스가 앞서야 승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중동 문제도 해리스에게 악재.. 바이든 정부, 이스라엘 지원에 불만 고조

아랍계 미국인, 바이든 59%·트럼프 35% → 해리스 42%·트럼프 41%

이스라엘의 폭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해리스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경합주인 미시간과 조지아의 아랍계 미국인과 무슬림 유권자들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지지 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시간주는 유권자 840만명 중 20만명 정도가 아랍계 유권자로 추정된다. 이들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강력하게 지지했으나 자신들이 내는 세금이 이스라엘 지원에 쓰여 그들의 동포를 죽이고 있다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500명의 아랍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지난달 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자 가상 대결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2%는 트럼프를, 41%는 해리스를 택했다.

앞서 AAI가 지난 2020년 대선 때 실시한 조사에서 당시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59%, 트럼프 전 대통령이 35%를 각각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아랍계 미국인의 민심 이반이 얼마나 심한지 가늠할 수 있다.

아랍계 민심이 요동치면서 해리스의 입장도 복잡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리스는 8일 방송 예정인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의 사전 공개 영상에서 "우리는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과 이 전쟁을 끝낼 필요성, 인질을 석방하고 휴전을 위한 협상을 이뤄야 할 필요성 등에 대해 이스라엘 지도부와 외교적으로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역내 아랍 국가에 (휴전을 위한) 압력을 가하는 것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제공한 지원 덕분에 이스라엘은 (이란이 발사한) 200발의 탄도미사일로부터 자국과 국민을 방어할 수 있었다"면서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란이 제기하는 위협을 생각할 때 이런 종류의 공격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미국의 의무"라고 말했다.

즉, 아랍계 미국인을 달래면서 유대인들의 심기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어중간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반면, 트럼프는 가자지구 전쟁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란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이스라엘 절대적 지지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는 보수 성향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경우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은 공격할 자격이 있고, 공격해도 아무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날 플로리다주 트럼프내셔널도럴골프장에서 열린 하마스 테러로 인한 희생자 추모식에서도 "이스라엘이 대테러 전쟁에서 승리할 권리를 지지할 것"이라며 유대계 표심을 공략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