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난민촌에 떨어진 구호품에 맞아 숨진 3세 소년 사미 아야드. CNN 방송 영상 갈무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1년 넘게 이어지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가운데 세 살배기 어린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호품을 올려보려다 파편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촌에서 가족과 머물던 3세 소년 사미 아야드는 지난 19일 떨어진 구호품 운반용 나무판자에 맞아 즉사했다.

구호품이 떨어질 당시 가족들은 아침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고 아야드의 할아버지는 말했다. 그는 손주와 함께 앉아 있다가 자신이 잠시 곁은 비운 순간 구호품 덩어리가 손주에게 떨어졌다면서 “그와 나 사이엔 찰나의 순간만 있었다. 나는 그를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병원도 없다. 나는 미친 듯이 달렸지만 아이는 곧 죽었다. 나는 그를 구하지 못했다. 그의 코와 입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떨어진 구호품으로 아야드의 이모와 사촌들도 얼굴과 발 등에 상처를 입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CNN은 아야드가 숨진 현장에는 핏자국이 있었다고 전했다. 1년 넘게 계속되는 전쟁에도 살아남은 3살 아이를 한순간에 잃은 가족과 친척들은 아야드가 숨진 자리에 모여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짜낸 구호품 공중 투하 작전이 아야드의 생명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인간적 존엄을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야드의 할아버지는 “우리는 원조를 원하지 않는다. 존엄을 원한다”며 “이스라엘뿐 아니라 아랍 국가들로부터 받는 모욕과 수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아야드의 삼촌도 “우리의 삶은 수치와 죽음, 공포뿐이다. 다음 날 깨어날 수 있을지 모른 채 매일 잠자리에 든다”며 “우리는 인간이지 하늘에서 음식을 떨어뜨려 줘야 할 동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구호품 상자에 담긴 콩과 홍차 등을 보여주며 “이런 것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다. 이게 우리의 존엄성인가? 우린 이런 것이 필요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아야드가 숨진 날 칸 유니스에선 아랍에미리트(UAE) 항공기가 식량 패키지 81개를 공중에서 투하했다. CNN은 UAE 당국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으며, 이날 아야드가 숨진 난민촌에는 UAE 국기가 표시된 구호품 나무 상자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지난 3월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미 공군이 준비한 구호물품이 군용 비행기에서 떨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UAE,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올해 초부터 가자지구에 식량 등 구호품을 공중에서 투하하는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 비행기로 공중에서 구호품을 떨어뜨리는 방식은 육로 이송보다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사고 위험도 커 분쟁지역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CNN에 따르면 지난 3월에도 가자시티의 난민촌에 떨어진 구호품에 맞아 최소 5명이 죽고 10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인권단체들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이스라엘군이 통제하고 있는 육상 구호품 반입 통로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정부기구(NGO) 단체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의료 지원’의 피크르 샬루트 국장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에서 1년 넘게 살아남은 3살짜리 소년이 공중에서 떨어진 식량에 맞고 숨진 것은 비극적 아이러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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