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 거액을 기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빅 테크' 큰손들이 잇달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선 상황에서 미 사회에 영향력이 큰 게이츠가 사실상 해리스 편에 선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까지 정치와는 거리를 둬 왔던 게이츠는 이번 기부와 관련 "이번 선거는 다르다"는 입장을 NYT에 밝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AFP=연합뉴스

신문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게이츠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민주당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중 하나인 '퓨처 포워드'에 5000만 달러(약 691억원)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게이츠는 그간 민주당 측 지인들의 지속적인 기부 권유에도 응하지 않았을 만큼 정치를 멀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리스의 대선 출마가 확정된 이후에도 게이츠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아니다"며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투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게이츠는 해리스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 변화는 우선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해온 기후변화 관련 업무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또 그가 전 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와 함께 세운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세계보건과 관련한 미 정부의 지원 감소를 우려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중심적"이라고 비판하며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그러자 게이츠는 "위험한 결정"이라며 이를 공개 비판한 바 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세계백신연합 가비(Gavi)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기부해왔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AP=연합뉴스

NYT는 "게이츠의 이번 기부엔 가족의 영향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의 외아들 로리와 둘째 딸 피비는 그간 민주당에 기부해왔으며, 게이츠의 전 부인 멀린다는 해리스 지지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고 해리스를 공개 지지했다.

게이츠는 NYT에 보낸 이번 기부 관련 성명에서 기부를 명확히 언급하진 않으면서도 "미국과 전 세계에서 의료 개선, 빈곤 감소, 기후 변화 퇴치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는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정치 스펙트럼 전반에서 지도자들과 함께 일한 오랜 역사가 있지만, 이번 선거는 다르다"며 "미국인들과 전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전례 없는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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