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그의 임기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차재원 칼럼니스트] 이번 미국 대선과 관련해 대통령 임기 제한을 궁금해하는 질문을 많이 접했다. 물론 “그게 왜 궁금하지”라며 반문하실 분도 많을 것 같다. “미국 대통령은 4년 중임이다. 즉 4년 임기 두 번 밖에 못한다.” 이게 상식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공화당 후보 트럼프처럼 대통령을 한번 했던 사람의 경우 4년 중임이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논란이 있다. 현직에서 연속으로 당선돼 8년을 내리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4년을 쉬고 다시 선출된 상태라면, 앞서 한번 했던 임기가 중임 제한 계산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실제 이번 당선으로 새 임기 4년을 채운 뒤 2028년 선거에서 또 나갈 수 있느냐는 궁금증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자신이 이번 당선 뒤 3번째 대통령직 도전을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바 있다. 지난 5월 전미총기협회(NRA) 연례 회의가 한 사례. 당시 그는 “FDR(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거의 16년이었다. 그는 4선이었다. 우리는 3선으로 여겨질까 아니면 2선으로 여겨질까”라고 외쳤다. 그러자 객석에선 “3선”이라는 답이 나왔고 그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에 앞서 2020년 바이든과 맞붙었던 대선 당시 유세에서 “우리는 (당선)되고도 4년을 더 가야 한다”며 3연임 의사를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트럼프는 이번에 당선되면 더 이상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없다. 미국 헌법이 이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 조항은 이렇다. “어떤 사람도 두 번 이상 대통령직에 선출될 수 없다.(No person shall be elected to the office of the President more than twice)”고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첫 임기 4년 뒤 바로 재임에 성공해 4년을 더하는 연임은 말할 것도 없고, 첫 임기 뒤 재선에 실패해 4년을 쉰 뒤 다시 당선되는 중임 케이스라고 해도 3번째 대통령 출마는 안된다는 얘기다. 결국 연임이든, 중임이든 미국 대통령의 임기 총합은 8년이 맥시멈이다.

여기서 바로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언급처럼, 루스벨트 대통령, 참, 미국엔 두 명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있다. 먼저 1901년 현직 대통령 암살로 부통령에서 졸지에 대통령이 된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그와 20촌쯤 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트럼프가 얘기한 사람은 두 번째 프랭클린 루스벨트. 그는 4선을 한 게 맞다. 다만, 트럼프가 얘기한 16년 재임 기간은 틀렸다. 1933년부터 3선 임기 12년을 마친 뒤 다시 당선돼 4번째 임기를 시작한지 불과 3개월 만인 1945년 4월 뇌출혈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4년 가까이 남은 임기는 대통령직을 승계한 해리 트루먼 부통령 차지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 헌법에 대통령 임기 제한 규정이 없었다. 그럼 왜 미국은 당초 임기 제한 규정을 두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이 4년씩 두 번, 모두 8년간 대통령을 지낸 뒤 더 이상 출마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물러난 데서 비롯됐다. 이후 대통령들도 워싱턴의 사례를 따라 8년 재임할 경우 스스로 재도전을 포기했다. 이후 대통령들도 이를 따라 하면서 두 번 하면 물러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장기 집권 우려가 없다 보니 헌법 규정도 필요 없었던 것이다.

그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땐 왜 이런 관행이 깨졌을까. 첫번째 당선 시기가 경제공황이라는 경제 비상시기였던 데다, 재선 기간이 끝날 땐 제2차 세계대전으로 또 다른 국가적 위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3선 도전을 바라는 민심이 일었고 실제 관행을 깬 그의 3선 출마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검증된 리더십에 대한 정치적 수요가 훨씬 더 컸다. 이를 바탕으로 루스벨트는 가볍게 3선 당선에 이어 내리 4선 고지까지 내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루스벨트가 네 번째 임기 시작 직후 제2차 세계대전 막판 상황에서 급서하자 미국 조야에선 장기 집권 대통령의 정치적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임기 제한을 위한 헌법 수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 1951년 제22차 수정헌법에 4년 중임 제한이 명시됐다.

이와 관련, 재밌는 사실은 임기 제한을 규정한 이 수정헌법이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루먼에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루스벨트 잔여임기를 마친 뒤 1948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트루먼으로선 1952년 선거에 도전해 3선을 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스로 포기했다.

제22차 수정헌법의 임기 제한 규정은 트루먼 사례를 염두에 둔 추가 규정도 마련해 두고 있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의 임기 중 2년 이상 대통령직을 대행한 경우, 한 번 이상 대통령직에 선출될 수 없다”라는 규정이다. 트루먼은 전임 루스벨트의 잔여임기를 3년 9개월을 한 뒤 재선에 도전했는데, 이런 경우라면 잔여임기 수행 기간이 2년을 넘어 사실상 대통령 임기를 한번 한 것으로 친다는 것이다. 만약 이 규정이 당시 트루먼에게 적용됐다면 한 번만 더 대통령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반면 1963년 11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로 직을 승계한 부통령 린든 존슨의 경우는 다르다. 그의 잔여임기 수행 기간은 1년 2개월로 2년에 못 미치는 탓에 두 번 더 대통령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존슨은 잔여 임기 수행 뒤 1964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1968년 대선 때도 출마를 적극 검토했고 실제 출마 선언까지 했다. 하지만 베트남전 확전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과 당내 분열 등의 문제로 중도 포기했다.

어쨌든 트럼프로선 이번 대선에서 승리만 해도 미국 역사에선 진귀한 사례가 된다. 현재 제46대 바이든 대통령까지, 첫 4년 임기 직후 대선에서 떨어졌다가 4년을 와신상담한 뒤 다시 대통령이 된 케이스는 이제껏 딱 한 번에 밖에 없다. 그 주인공은 1884년 제22대와 1892년 제24대 대통령이었던 그로버 클리블랜드. 그는 첫 임기 막판이었던 1888년엔 낙선했고, 4년 뒤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재선 임기가 끝난 뒤 당시 출마 제한이 없었음에도 3선에 도전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이번에 재선에 성공하면 그는 미국의 제45대와 47대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젠 헌법 규정에 걸려 그가 은근히 희망하는 3선은 언감생심이다. 설사 개헌으로 임기 제한이 철폐된다 해도 현직 대통령은 소급적용 되지 않을 게 빤하다. 아무리 용빼는 재주를 다 부려도 트럼프로선 8년 대통령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의 유튜브 채널 '차재원TV'에서 '2024년 미국 대선' 시리즈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차재원TV 갈무리]

 

                   차재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차 재 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전)

육군미래자문위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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