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전 대만 총통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15년 싱가포르 회담 모습/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10일 베이징에서 회담했다. 두 사람의 회담은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중앙(CC)TV와 대만 매체 연합보에 따르면 시 주석과 마 전 총통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열었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회담 이후에 만찬이 있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장표명이 있을 수 있다고 대만 자유시보 등이 보도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이번이 두번째다. 마 전 총통은 재임 중이던 2015년 11월7일 싱가포르에서 시 주석과 만나 역사상 첫 양안 지도자 정상회담을 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이 패해 대만으로 쫓겨간 이후 현직 중국 국가주석과 현직 대만 총통이 만난 건 이때가 처음이며 현재까지 유일하다.

중국은 국민당 소속인 마 전 총통 재임 중이던 2008~2016년을 양안관계가 가장 안정됐던 시절로 평가한다. 2017년 친미·독립 성향인 민진당으로 대만 정권이 교체되자 중국 측이 민진당 정부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양안관계가 악화됐다.

두 사람의 이번 회담 시점을 두고 ‘미·일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 전 총통 방중 기간 두 사람의 2차 회동 가능성이 언급됐으나 일정은 유동적이었다. 대만 매체 자유시보는 회담은 당초 8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미·일 정상회담 일정이 나온 뒤 중국 측의 요구로 10일로 변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민진당은 “사실이라면 마잉주 전 총통은 중국의 국제사회에 대항하는 통일 전선의 볼모가 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중 대만 안보 위기를 논할 것으로 보고, 같은 달 18일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이 참가한 중앙아시아 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마 전 총통은 청소년·대학생 대표단을 이끌고 이달 1∼11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대만 청소년들의 전통문화 체험과 뿌리 찾기, 양안 청소년 교류 등이 명목이었다.

마 전 총통은 방중 첫날인 지난 1일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쑹타오 주임을 만나 ‘92합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에 대한 찬성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92합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마 전 총통은 청명절 연휴 기간 중국 전설의 첫 황제로 여겨지는 헌원씨를 기리는 제사에 참여했다. 9일에는 베이징의 항일전쟁기념관을 찾아 1937년 중·일전쟁의 시발점이 된 루거우차오 사건을 언급하며 “전쟁에는 승자도 없고 평화에는 패자도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마 전 총통은 지난해 3월에도 중국 당국의 초청을 받아 후난성의 조상묘를 방문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 역시 전·현직을 통틀어 대만 총통의 첫 중국 방문으로 기록됐다. 당시에도 두 사람의 회담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미·중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전 민감했던 국제정세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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