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7월 26일 개회식이 열린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행사장과 에펠탑 주위로 화려한 레이저쇼가 진행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저탄소·친환경 올림픽을 목표로 내건 2024 파리 올림픽의 새로운 시도를 두고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전 지구적 행사에서 기후위기 의제를 다룬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올림픽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는 구조적으로 친환경일 수 없다는 비판으로 나뉜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올림픽의 탄소 절감 효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앞으로 있을 국제 행사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4 파리 올림픽은 2020 도쿄 올림픽 대비 탄소 배출량을 50% 줄인다는 목표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는 경기장의 95%를 기존 경기장응 활용하거나 임시 경기장으로 구성했다. 개최 기간이 더운 여름인데도 실내 냉방을 최소화했다. 육류 소비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억제한다는 취지로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식단의 채식 비중도 높였다.

프랑스는 친환경 파리 올림픽을 널리 홍보했다. 이를 두고 그린워싱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제 철강 감시 단체 스틸워치는 화석 연료 기반 기업인 아르셀로미탈이 파리 올림픽 공식 후원사 중 한 곳으로 포함된 것을 비판했다. 조직위는 폭염으로 선수단 불만이 이어지자 결국 이동식 에어컨을 허용하는 쪽으로 물러섰다. 올림픽이 개최될 때 배출되는 탄소의 70~85%가 선수·관중이 비행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을 들어 대규모 인원 이동을 전제로 한 국제행사는 애초에 환경친화적일 수 없다는 근원적인 비판도 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한국 시민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8년째 비건식을 해 온 신지윤씨(29)는 “파리 올림픽 주최 측이 이동식 에어컨을 사용하거나 육류 도시락을 다시 공급하는 걸 보고 탄소 절감 노력이 도루묵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메달과 국가 순위만 기억에 남고 지구에 남긴 부담은 고려하지 않은 그간의 올림픽과 비교하면 의의도 있다”고 했다.

6년째 새 제품 소비를 줄이고 있는 허모씨(27)는 “관객석을 만드는 대신 유튜브로 경기 송출을 하는 식으로 비행기 이동량을 줄이며 올림픽을 즐길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송형우씨(29)는 “친환경을 급진적으로 들고나온 느낌을 주어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까봐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며 “탄소 절감의 화두를 던진 건 긍정적이지만 더 세심히 준비했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올림픽을 국제 행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단 며칠의 행사를 위해 가리왕산 원시림을 파괴한 것과 비교하면 파리 올림픽의 도전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폐기물 퇴비화, 재생에너지 활용과 관련해 목표치를 얼마나 실천했는지는 냉혹히 평가하고 앞으로의 국제 행사도 이를 참조해야 한다”고 했다. 정규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기회에 ‘1개 국가 1개 도시 개최 원칙’을 위해 여러 경기 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부담과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윤순진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번 올림픽이 새로운 경기장을 거의 짓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지만 냉방을 최소화한 점은 대중의 동의를 받기 어려웠다”며 “저탄소만 집중하기보다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냉방을 하고 ‘RE100’을 표방했으면 반감이 덜 했을 것”이라 말했다.

윤 교수는 “평균 기온 상승으로 동계 올림픽의 경우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인공눈이 없으면 훈련·유치가 어려운 도시가 많아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올림픽 종목도 심사숙고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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