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설립 100일 기자 간담회 개최

“재사용 발사체, 2030년대 중반 내놓을 것”

서울의 한 호텔에서 6일 개최된 우주항공청 개청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윤영빈 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2030년대에 ‘궤도 수송선’과 ‘재진입 비행체’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구를 단순히 벗어나는 것을 넘어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예정된 궤도를 찾아 정확히 이동하거나 지구에서 출발해 다른 천체에 착륙하는 일을 염두에 둔 우주선들이다. 모두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일부 우주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다.

윤 청장은 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우주청 개청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지구와 우주, 우주와 우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수송 체계를 2030년대에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궤도 수송선은 로켓을 타고 지구를 갓 벗어난 사람이나 물자를 특정한 궤도로 추가 이동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로켓이 큰 도시들에 설치된 터미널 사이를 잇는 고속버스라면 궤도 수송선은 터미널과 작은 마을을 연결하는 택시인 셈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운영됐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과 현재 사용 중인 미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드래건 캡슐이 대표적이다.

재진입 비행체는 지구에서 발사돼 우주 공간으로 솟구친 뒤 지구로 다시 돌아오거나 다른 천체에 착륙하는 우주선이다. 달이나 화성으로 사람이나 물자를 보내려면 꼭 필요하다. 1960년대 달에 간 미국 아폴로 우주선과 2005년 소행성에 착륙했던 일본 하야부사 탐사선 등이 재진입 비행체다.

이날 윤 청장은 ‘재사용 발사체’에 대한 개발 의지도 강조했다. 재사용 발사체는 수십 번 이상 다시 사용하는 로켓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기존 로켓에 비해 발사 비용이 절감된다.

윤 청장은 “지구 저궤도에 물체를 운송하는 비용을 1㎏당 1000달러(약 130만원) 이하로 떨어뜨리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이 보유한 누리호는 1㎏당 비용이 2만4000달러(약 3200만원)에 이른다. 상업화한 세계 유일의 재사용 발사체인 스페이스X 로켓은 2000~3000달러(약 260만~400만원)다. 윤 청장은 “대략 2030년대 중반에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우주청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L4 탐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지구에서 약 1억5000만㎞ 떨어진 우주의 한 지점인 L4는 태양과 지구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이다. 여기로 진입한 물체는 고요한 호수의 나뭇잎처럼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장기간 임무를 수행할 탐사선을 두기에 딱 좋다.

우주청은 2035년 L4에 태양풍을 감시하는 우주관측소를 띄울 예정인데,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우주청의 설립 이유인 우주 경제 활성화와 맞닿는 사업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다른 나라에서 우주 경제는 대개 지구 저궤도를 무대로 인공위성을 발사·운영하는 과정을 통해 창출된다. 스타링크 위성을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사업 모델이 대표적이다.

윤 청장은 “달 탐사도 예전에는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L4 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은 기술은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년 우주항공청에 편성한 예산은 9649억원으로 올해보다 27% 늘었다. 윤 청장은 “국회 예산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우주청 예산이 1조원 수준으로 확보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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