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신고 1000건 폭주·하천 6곳 동시 홍수특보
마을 고립되고 주민대피령…80대 주민 1명 사망

22일 전남 진도근 진도읍 조금시장에서 상인과 주민들의 침수된 시장을 정리하고 있다. 진도군 제공.

전남 진도군 진도읍 조금시장은 22일 ‘5일 장날’ 이었지만 장이 서지 못했다. 전날 내린 호우로 어른 허리춤까지 물이 차올랐다 빠진 시장은 진흙밭으로 변했다. 상인들과 관계 당국은 못쓰게 된 물건을 빼내고 시장을 복구하느라 분주했다.

진도에는 지난 21일 오후 3시쯤부터 1시간여 동안 112.2㎜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만조 시간과 겹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읍을 가로지르는 진도천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상가 34동이 물에 잠겼다. 주택 97채도 침수됐다.

지난 주말 전남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다. 동시다발로 시간당 100㎜ 안팎의 비가 여러 지역에 내렸다. 해남 산이면 101㎜, 강진 96.5㎜, 장흥 관산읍 90㎜, 보성 79.3㎜ 고흥 74.8㎜, 영암 학산면 74㎜ 등 곳곳에서 기록적인 시간당 강수량이 관측됐다.

순식간에 불어 난 물에 주민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고 마을이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장흥군 장흥읍에서는 지난 21일 오후 6시27분쯤 A씨(89)가 집 앞 배수로에 빠져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수색에 나선 119구조대에 의해 이날 오전 인근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남군 문내면의 한 마을도 물에 잠겨 고령의 주민들이 집안에 고립됐다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여수시 소라면에서도 폭우에 고립된 주민들이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강진군은 작천면 야동마을과 병영면 발천마을 등 주민 170명에게 주민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전남도재난안전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남에서는 주택과 상가 181채가 침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진도 이외에도 해남(56채), 고흥(22채), 완도(15채), 화순(7채) 등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에는 하루에 1000건이 넘는 신고가 이어졌다. 특히 폭우가 쏟아진 지난 21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1시간 동안에만 469건의 신고가 폭주했다. 오후 6시∼7시까지 266건, 오후 3시∼4시까지 254건, 오후 4시∼5시에는 222건의 119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안전 조치 등을 취한 경우는 1095건에 달했다.

22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의 한 저수지에서 중장비가 무너진 제방을 복구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

여러 하천이 동시에 범람 위기에 놓이면서 6곳에 홍수특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탐진강 수계 장흥 감천교에는 지난 21일 오후 2시40분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가 오후 4시50분 홍수경보로 상향됐다. 영산강 수계인 나주시 남평읍 우산교에도 이날 오후 5시20분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오후 5시40분에는 화순군 화순읍 주도교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이어 나주시 동곡리(오후 6시10분), 섬진강 수계인 순천시 용전면 용서교(오후 7시), 나주시 남평읍 남평교(오후 7시30분)에도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홍수특보는 이날 밤늦게까지 차례대로 해제됐다. 영산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비가 많이 내리면서 장마철보다 더 많은 홍수특보가 전남지역 곳곳에 발령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천 수위가 높아져 물이 빠지지 못해 벼 침수도 이어졌다. 보성 716㏊를 비롯해 해남 95㏊, 영암 80㏊, 나주 78.3㏊ 등 1030.3㏊가 피해를 입었다.

장흥에서는 농협 창고가 물에 잠기면서 400t의 양곡이 침수됐다. 해남에서는 저수지 2곳의 제방이 무너졌고 강진에서는 도로 2곳의 사면이 유실되기도 했다.

전남시간당호우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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