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천 표범장지뱀 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 5년 만에 다시 확인된 멸종위기 파충류 표범장지뱀.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제공

무리한 개발의 악영향으로 자취를 감췄던 중랑천 보호구역의 멸종위기 파충류 표범장지뱀이 5년 만에 다시 확인됐다. 중랑천 하류에서는 버려졌던 나대지가 시민들의 노력으로 멸종위기 양서류 맹꽁이 서식처로 탈바꿈했다.

환경단체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은 지난달 22일 중랑천 표범장지뱀 야생생물 보호구역에서 5년 만에 다시 표범장지뱀이 확인됐으며, 이후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중랑천사람들은 무인카메라를 이용한 조사 결과 어린 개체를 포함해 최소 2마리 이상의 표범장지뱀을 확인했다.

노원구 상계동 중랑천변의 표범장지뱀 보호구역은 서울 도심에선 유일하게 멸종위기 파충류가 서식하는 곳이다. 하천변의 모래가 많은 지역에서 표범장지뱀 서식 사실이 확인되면서 2016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서울시의 교량 공사 등으로 하천변 모래톱이 훼손되면서 2019년 이후 자취를 감췄었다. 환경단체, 전문가 등은 표범장지뱀이 이 지역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야생생물 보호구역이 해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복수의 표범장지뱀들이 나타나면서 보호구역 해제 우려는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랑천 표범장지뱀 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 5년 만에 다시 확인된 멸종위기 파충류 표범장지뱀.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제공

몸길이가 약 10~12㎝ 정도인 표범장지뱀은 해안 사구나 모래톱 등에서 주로 서식하는 도마뱀의 일종이다. 배를 제외한 몸의 대부분이 표범 무늬로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충남 태안 해안과 낙동강 사구 지대 등에서 발견되어 왔지만 4대강사업으로 인한 천변 훼손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5년 만인 표범장지뱀의 귀환은 시민들이 서식지 환경을 개선하는 등 작은 실천들을 이어온 덕분으로 보인다. 2021년부터 중랑천사람들 활동가들과 자원봉사자 등은 보호구역 내에 모래를 추가해 표범장지뱀이 선호하는 모래언덕을 만들고, 보호구역에 시민들이 쉽게 들어가지 않도록 조팝나무로 울타리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해 11월 3일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과 서울 노원구 푸른도시과가 함께 중랑천변 멸종위기 파충류 표범장지뱀 보호구역에서 구절초, 산국 등을 심어 표범장지뱀의 은신처를 만들어주고 있다.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제공

보호구역 내에 구절초와 산국 등 초화류를 심는 활동에는 노원구 푸른도시과도 동참했다. 혹시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표범장지뱀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살아남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이정숙 중랑천사람들 대표는 “모래땅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호미 등으로 파서 땅이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하도록 애썼다”면서 “귀뚜라미를 구입해 풀어놓는 등 먹이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랑천 하류에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 양서류 맹꽁이의 모습.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제공

중랑천 하류 청계천 합수부에서는 시민들 노력으로 맹꽁이들이 늘어난 사례도 있다. 성동구 송정동 중랑천변의 준설토 적치장으로 쓰이던 한 공터는 기존에는 버려진 황무지처럼 보였던 공간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회적협동조합 한강과 자원봉사자 등이 서울시 자연생태과와 협의를 거쳐 맹꽁이가 좋아하는 웅덩이를 만들고, 다양한 나무를 심는 활동을 하면서 동식물들의 도심 속 쉼터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이 파놓은 웅덩이는 맹꽁이가 낳은 알에서 부화한 올챙이가 헤엄치고, 성장하는 서식지 구실을 하고 있다. 새롭게 조성된 숲은 중랑천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원앙 등 조류와 수달 같은 멸종위기 포유류의 휴식처 역할도 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외에도 가시박이나 환삼덩굴 등 외래종 생태계교란식물을 제거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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