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순종황제어가길 내에 세운 높이 5.5m의 순종 조형물. [사진 대구 중구]

대구 중구에 있는 순종 황제 조형물(높이 5.5m)이 건립한 지 7년 만에 철거된다.

대구 중구는 지난 17일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를 열고, ‘순종황제 어가길’에 있는 조형물 철거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달 안으로 조형물을 철거하고, 현재 2차로 도로인 달성공원 진입로를 왕복 4차로로 원상 복구하는 공사를 추진한다. 여기에는 4억원이 들어간다.

중구 관계자는 “순종 조형물을 두고 역사 왜곡 논란과 함께 통행로가 좁아졌다는 민원도 많았다”며 “올 연말까지 진입로 확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은 1909년 1월 7일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마산을 차례로 남순행(南巡幸) 했다. 대구 중구는 2013년부터 2017년 4월까지 70억원을 들여 남순행을 재현하는 테마거리인 ‘순종황제 어가길’을 만들었다. 수창동~인교동 2.1㎞ 일대에 관련 거리벽화·남순역사공간을 만들고, 달성공원에는 7억원을 들여 순종 조형물을 건립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 측은 “당시 남순행은 일반적인 황제의 순행이 아닌, 반일 감정을 무마하고 일본에 의해 철도건설 등 경제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구는 순종어가길 조성사업이 도시 활력 증진사업이자,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고 주장했다. 다크투어리즘은 재난이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 체험하면서 교훈을 얻는 여행이다.

하지만 이후 7년간 조형물 인근에 30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이 건축되고, 상설 새벽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교통 혼잡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철거 소식을 들은 순종 황제 후손들은 철거 대신 동상을 적절한 곳으로 이전해 마지막 조선왕조 황제에 대한 예우를 해 달라고 주장했다.

순종 황제 동생 의친왕 장손인 의친왕 기념사업회는 입장문을 내고 “순종을 단순 관광 상품화했다가 이제는 교통에 방해가 된다며 부수자는데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이전할 곳이 없다면 후손들이 모셔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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