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달 노동자가 잠시 멈춰 서서 종이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배달노동에 대한 첫 위험성평가 결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알고리즘이 위험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라이더가 운전 중 앱 화면을 보느라 전방주시를 못하는 문제, 플랫폼 업체가 폭우·폭설 등 위험할 때 수수료를 더 주는 문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라이더(배달노동) 위험성평가 연구발표 및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 36조는 사업주에게 노사가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위험성평가 의무를 부여한다. 하지만 최근 산재 승인 건수를 1위를 기록 중인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업체들은 배달라이더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일환경건강센터·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선제적으로 위험성평가 도구를 개발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말 두 차례에 걸쳐 배달라이더 간담회를 한 뒤 준비 요인, 운전 요인, 인간공학 요인, 운전 외 이동, 직무스트레스, 앱과 알고리즘, 휴게공간 등 7개 영역에서 총 38개 설문 문항을 선정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2월 27~28일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배달라이더 86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38개 위험성 중 11개는 ‘중대한 위험’에 해당했다. 위험 수준은 경미한 위험, 허용할 수 있는 위험, 중등도 위험, 중대한 위험, 허용할 수 없는 위험 등 5가지로 구분된다. 중대한 위험으로 꼽힌 요인은 주로 비·눈 등으로 미끄러운 도로, 다른 운전자의 과속·신호위반 등 위험운전, 이륜차 운전에 불리한 도로사정 등 운전 요인과 운전 중 앱을 조작하느라 위험하거나 운전 중 앱을 봐야 하는 점, 폭우·폭설 때 배달하도록 유인하는 프로모션 등 앱과 알고리즘 요인이 뚜렷하게 많았다.

최 상임활동가는 “이번 위험성평가 조사에서 앱과 알고리즘이 노동자 안전과 관련해 중요한 결정 요인이자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가 위험성평가 계획을 함께 세우고, 정량적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조사·연구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라이더의 목소리가 플랫폼 회사에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안전보건관리의 핵심인 위험성평가가 배달라이더와 같은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정부가 주창하는 ‘자기규율’ 안전보건관리 체계와 위험성평가의 모델이 된 영국의 경우 위험성평가 대상을 고용관계를 넘어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을 감수하는 불안전 행동을 조장해 사고·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알고리즘에 대한 관리 책임을 담당할 행정부처 역할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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