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법원 1~4월 초과근무 과다 집행, 잔고 부족”

예산 집행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직원들 피해로

행정처 “25시간 이상 실근무자 피해 없도록 할 것”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 초과근무 수당의 정상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있다. 유선희 기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일부 지방 법원이 초과근무수당 예산 집행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자 ‘초과근무 인정 시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 달에 최대 57시간까지 인정하는 법정 초과근무 시간을 25시간으로 줄이려고 한다. 앞서 예산 부족으로 하반기에 초과근무 시간을 축소한 사례는 있었지만 상반기부터 조정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법원 직원들은 “일을 해도 임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법원행정처는 전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구체적인 초과근무수당 지급 방향’을 안내하는 글을 올리고 “이번 달부터 월 25시간(기본 10시간+실적 15시간) 예산을 재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필요한 초과근무를 한 직원은 최대한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초과근무시간 축소는 지난 16일부터 법원 직원들이 내부망에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 “하반기 초과근무수당이 대폭 삭감됐다” 등 글을 올린 데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행정처는 “예산산정 과정에서 누락·오류가 발생해 착오가 발생한 법원이 있었다”며 “일부 법원에서는 1~4월 초과근무수당을 과다 집행해 5월 이후 지급할 초과근무수당의 잔고가 현전히 부족한 현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법원이 편성한 초과근무수당액은 492억원으로, 지난해 482억원보다 약 10억원 늘었다. 행정처에 따르면 초과근무수당 편성한 전체 예산 중 기획재정부로부터 60% 정도 예산을 받았는데 올해 4월 기준 이 예산을 이미 거의 다 쓴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처는 이 속도대로라면 하반기에 인건비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행정처가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초과근무 인정 시간을 손보겠다고 나선 점이다.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공무원 보수규정은 공무원의 초과근무를 한 달에 최대 57시간 인정한다. 행정처는 해당 규정이 “초과근무수당의 본질적인 한계”라고 내부망에 밝혔다.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초과근무 인정시간을 불가피하게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초과근무 인정 총량을 법정 인정 기준인 57시간에서 25시간만 인정하도록 지급 방식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예산 부족이 고질적 문제라지만…직원들은 “왜 우리만 피해 보나”

이는 법원의 고질적인 예산 부족에서 나온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에도 예산 부족으로 추가근무시간 총량을 이번처럼 조정하는 일이 있었다. 대부분 한 해가 지나가는 하반기에 이뤄졌다. 이번처럼 상반기부터 추가근무 인정 시간을 조정한 건 이례적이다. 초과근무수당 예산이 지난해보다 늘었는데도 벌써 예산이 바닥을 보이는 것을 놓고 예산 집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기별로 각 지방 법원에 예산을 줬는데, 올해에는 자율적인 재량권을 인정해 1년치 예산을 안내하고 집행하도록 했다. 행정처 관계자는 “예산 계획이 잘못 세워진 측면이 있다”며 “추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25시간 이상을 근무했는데 수당을 안 주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법원 내부망에는 “초과수당을 정상지급하라”며 “25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불만이 터져나온다. 정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 지부장은 “애초부터 57시간을 제대로 인정해준 적이 없었다”며 “25시간으로 재조정한 것은 사실상 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행정처 예산담당관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법원행정처장님은 이번 사안을 일선에서 헌신적으로 근무하는 법원 구성원들의 사기를 저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근본적인 원인인 예산증액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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