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21일 박정훈 전 수사단장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동시에 소환해 대통령실 개입 정황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새롭게 출범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목이 쏠린다.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순직 사고 수사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가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는지에 따라 22대 국회 정국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21일 박정훈 전 수사단장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동시에 소환해 대통령실 개입 정황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상병 특검, 22대 국회로 미뤄질 듯.. 통과돼도 수사 착수까지 수개월

공수처장 "채상병 수사 제일 중요한 업무"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해 해당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지난 2일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특검 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한 지 19일 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가 마무리된 후 '봐주기 의혹이 있다면 자신이 먼저 특검 도입을 주장하겠다'고도 언급했다.

법무부는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이유로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특별검사 임명권을 사실상 민주당에서 행사하는 점 ▲여야 합의 없이 강행처리한 법안 ▲기존 수사기관에서 계속 수사 중인 점 등을 들었다.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에서 재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 의석 구조로는 통과 가능성이 낮다.

야권은 재표결 부결시 22대 국회에서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안 통과 → 거부권 → 재표결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22대 국회는 21대보다 재표결 가능성이 높지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재표결을 통과하더라도 특검 임명을 놓고 다시 한번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해 실제 수사가 시작되기까지는 수개월이 필요하다.

향후 공수처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공수처가 윗선 개입 실체 규명에 의지를 갖고 수사에 속도를 낸다면 특검이 해야 할 역할을 상당 부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임명된 오동운 공수처장은 채상병 수사에 의지를 보였다.

오동운 신임 공수처장은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사건은) 제일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니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대해선 "사건 보고를 안 받아서 그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공수처의 여러 조직이 생긴 맥락이 있으니 이에 부합하게 성실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계환 사령관·박정훈 전 수사단장 동시 소환.. 'VIP 격노' 실체 규명

공수처는 윗선 개입 의혹의 시발점으로 지목되는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 규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동시에 소환해 10시간 넘게 조사했다. 다만, 두 사람의 대질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박 전 수사단장을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33분까지 약 8시간33분 동안 조사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지시로 임성근 전 1사단장 등의 혐의를 담은 수사 결과 브리핑이 취소된 후 김 사령관으로부터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브리핑 취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박 전 수사단장은 "정말 VIP가 맞느냐"고 재차 물었고, 김 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사령관은 'VIP 격노설'을 언급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8월 군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지어내고 있는 얘기"라며 "VIP 언급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조사를 마치고 나와 "대질 신문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며 "오후 9시쯤 대질 조사를 시도했는데 김 사령관이 강력하게 거부해서 불발됐다"고 말했다.

김 사령관 측은 "해병대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해병대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 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병대에 더 큰 상처를 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대질을 거부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관해 박 전 수사단장 측은 "그런 건 본인이 걱정할 일이 아니고 사령관으로서 진실을 말하는 게 군 조직 보호와 해병대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며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하를 걱정하고 지휘권을 걱정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아울러 "듣기로는 김 사령관에 관한 신문 사항을 다 못 물었다고 한다"며 "사령관 자체가 또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고, 그것과 연동해서 우리는 언제든지 준비하고 있겠다"고 소환에 언제든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데 관해서는 "특검을 거부한다고 공포가 사라질 수 없다"며 "지은 죄라면 대가를 받는 게 해결책이지 도망할 곳은 없다"고 했다.

한편, JTBC는 22일 공수처가 해병대 고위 간부로부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VIP 격노' 관련 발언을 들었다"는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수처는 해병대 고위 간부로부터 "지난해 8월 1일 회의 당시 김 사령관이 'VIP 격노'에 관해 언급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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