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서울 목동 CBS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김중호 지부장. 사진=박서연 기자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역대 최다 중징계를 의결했습니다. 구성 때부터 편파·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선방심의위는 정부 비판적 방송에 집중 심의하고 선거와 무관한 안건까지 과잉심의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기획연재를 통해 선방심의위의 문제를 진단하고 제도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주>

CBS는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내린 30건의 법정제재 중 4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박재홍의 한판승부’, ‘김현정의 뉴스쇼’가 각각 2건이다. 심의위원들은 CBS가 패널을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구성했으며 정부의 반론을 제대로 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즉 CBS가 ‘좌편향’됐다는 주장이다.

CBS 구성원들은 선방심의위 의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방송사 중 유일하게 1인 시위를 진행했고 언론노조 CBS지부는 MBC, YTN 노조 등과 함께 심의위원 5인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24일 CBS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김중호 지부장에게 반발 이유를 물었다. 김 지부장은 ‘CBS 역사와 자긍심이 달린 문제’라고 답했다.

38명 안팎 참여한 1인시위… ‘CBS도 긴장해야 한다’는 의미

- 방송사에선 유일하게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언제부터 진행했나.

“3월11일부터 4월12일까지 했다. 아침엔 저와 사무국장 등 노조 전임자들이 피켓팅을 했고 점심시간엔 조합원들이 자진해서 참여해주셨다. 전임자들 제외하면 오후엔 두 명씩 참여했으니 40명 가깝게 되지 않을까. 중복되신 분들도 있어서 38명 안팎인 것 같다.”

▲ 지난달 12일 마지막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CBS 조합원들. ⓒCBS지부

- CBS는 심의를 받는 입장인데 이런 공개적 반발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처음 시위를 기획할 때 특정 직군이 아닌 CBS 전체의 문제라는 걸 강조했다. 대외적으로는 부당함을 알리면서 대내적으로는 위기감과 함께 결속력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건 단순히 예전 보수정권 차원에서 한번 건드리는 수준이 아니라고 봤다. 거의 균등하게 CBS 각국이 참여했고 지역국에서도 오셔서 참여해주셨다.”

- 참여한 조합원들의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다른 지상파와 비교해 CBS가 열악한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CBS는 역사가 있고 나름의 자긍심을 다 품고 있다. 그런 부분들이 CBS에서 일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라 생각한다. 이것을 건드리는 외부 요인에 대해선 자발적으로 나서주시길 바랐고, 실제로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목소리를 내주셨다.”

-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에서 CBS는 ‘관계자 징계’를 두 차례 받았다. ‘관계자 징계’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감점사유일 뿐 아니라 담당자까지 징계해야 하는 ‘이중제재’ 성격이 있다.

“다분히 폭력적이다. ‘스크래치’ 정도가 아니라 판 자체를 흔들고 망가뜨리려는 느낌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 앞으로 3년 남았다. 여기서 끝난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 1인시위는 ‘지금부터 좀 긴장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 선방심의위원들은 자신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여당의 대언론 정책이 선방심의위와 같은 흐름이었다고 보나.

“인사라는 게 그렇다. 어느 정도 방향성이 보이지 않나. 그런 분들만 골라 뽑아놨다는 것 자체에 의심을 하는 거다. 정말 용산에서 연락이 갔는지,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른다. 다만 뽑아놓으신 분들 면면을 보라. 그냥 둬도 화려하게 사고를 치실 분들 아닌가.”

법정제재에 법적 대응 예고한 CBS… “개인적으론 100% 승소 확신”

- 1인 시위뿐 아니라 CBS노조 차원의 성명도 여러 개가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명이 있다면.

“아무래도 ‘최고존엄이라 불러드릴깝쇼’(4월22일)라고 했던 성명이 아닐까. 이건 정말 서글퍼서 그렇게 낸 거다. 당시 9번째 거부권 행사한 걸 놓고 ‘윤석열 대통령 가는 길이 역사가 되는구나’라고 한 것이 조롱이라고 중징계를 받았다. 그걸 보고 ‘정말 갈 때까지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의위원 중에 기자하신 분들도 많지 않나. 권위에 눌리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 기자의 본질이라고 배웠다. 기자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도 거기서 그렇게 발언했다는 게 정말 서글펐다. 그래서 진짜 조롱을 해드렸다.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조롱과 풍자는 얼마든지 용인돼야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 4월22일 나온 CBS지부 성명 갈무리.

- 특히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김건희 여사 관련한 방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보수신문에서도 ‘심기경호위’처럼 보이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BS가 중징계 받은 4건 중 3건이 김건희 여사 관련 방송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심의위원들의 속마음까지 알 순 없지만 ‘김건희 특검’에 여사를 붙이라거나 명품백을 받은 걸 놓고 ‘평범한 가정주부’에 빗대는 걸 보면 의심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하다. 저렇게 감싸려고 하는 건 분명히 뭐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다.”

- 기자 입장에서 심의규정 ‘공정성’ 조항을 어떻게 보나. CBS도 공정성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

“지상파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이번 선방심의위처럼 패널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엔 동의 못한다. 심의위원들 발언을 보면 저 사람은 ‘본래 좌파’라거나 ‘원래 삐뚤어진 사람’이라고 한다. 심의위원들은 다들 궁예인가. 나도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분들은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 다 단정 짓는다. 기본적으로 심의는 그 사람이 방송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 심의 현장에 의견진술을 위해 나온 CBS 제작진도 위원들이 특정 부분만 가지고 패널의 성향을 재단한다고 비판했다.

“저는 CBS 제작진을 신뢰한다. 최소한의 정량적 균형 같은 부분은 어떤 면에선 답답할 정도로 충실하게 맞추려는 게 저희 전통이다. CBS가 어디 한쪽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다 아시지 않나.”

- CBS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내재된 불만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보나.

“(결과가) 정해진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어떤 주제에 대해 정량적으로 균형이 딱딱 맞아야 한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예를 들어 지금 TV조선 방송을 튼다고 해보자. 그 순간마다 정확하게 여당과 야당 입장이 균등하게 배분되나. 그런 시스템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한 건가.”

- 상대적으로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종편엔 덜 엄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제재 30건 중 종편은 2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MBC, CBS 제작진과 달리 종편 제작진의 태도는 바람직하다는 식으로 심의하는 걸 봤다. 심의를 다 그대로 받아들일 것 같으면 의견진술을 왜 하나. 의견진술은 사법제도로 보면 변론에 해당한다. 죄가 없다고 변론하러 갔더니 그 태도를 가지고 판사가 더 가중 처벌하면 사법 체계가 망가지는 것 아닌가.”

▲지난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 중인 기자회견 참석자들. 왼쪽부터 고한석 지부장, 이호찬 본부장, 윤창현 위원장, 김중호 CBS 지부장. 사진=미디어오늘.

- MBC, YTN 노조위원장 등과 함께 지난달 백선기·권재홍·손형기·최철호·김문환 5인 심의위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반발을 넘어 고발까지 한 이유가 뭔가.

“절대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안 된다고 봤다. 이분들이 실제로 형사 처벌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모른다. 다만 7년 공소시효 동안 최소한 꺼림칙하게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전두환 정권 때보다 지금이 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는 비공식적으로 여러 수를 펼쳤겠지만 지금은 오픈된 공식 심의기관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다. 이런 노골적인 폭력에 행정적으로만 대응하면 전례가 될까 우려했다.”

- CBS는 선방심의위로부터 받은 4건의 법정제재에 대해 가처분 신청 및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 밝혔다.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개인적으로는 100% 확신한다. CBS가 관련해 승소한 경험이 많다. 선방심의위는 인터뷰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자꾸 징계하는데 이미 법원이 정확하게 판단을 내렸다. 다소 사실확인이 미비하더라도 공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공적 영역에서 인터뷰를 징계하면 안 된다고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확정 판결나지 않았다고 방송하지 말라는데 그러면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의혹은 왜 방송하지 말라고 안 하나. 그것도 확정 판결이 안 나왔다.”

“어디서도 환영 못 받는 CBS, 언론으로선 나쁘지 않은 것”

- 법무부는 지난 3월20일 이종섭 보도와 관련해 ‘정정보도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CBS와 CBS 앵커에 공문을 보냈다. 그것도 인터뷰(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였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표현을 이런 공문에서 처음 봤다. 이건 협박이다. 인터뷰는 정정보도가 가능한 영역도 아니다. 방송 시스템에 대한 이해 없이 요구부터 한 것 같다.”

▲ 법무부가 3월말 박재홍 CBS 앵커에 보낸 정정보도 요청 공문.

- CBS가 ‘좌편향’됐다는 인식이 정부·여당에 있는 것 같다. 진중권 교수도 CBS 방송이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하차했다. (진 교수는 하차를 선언한 다음날 한판승부가 가장 공정한 방송 중 하나라며 사과했다)

“진중권 교수가 하차한 그 시점에 ‘나꼼수’로 유명한 김용민씨가 페이스북에 CBS의 요즘 행태가 가관이라는 식으로 올리셨다고 들었다. 선방심의위원들은 CBS가 ‘좌파’ 방송이라 하고 또 한쪽에선 CBS가 ‘수박’이라고 한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건 언론사로선 나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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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의 뉴스쇼’는 2024년 2라운드 청취율 조사에서 6%로 프로그램 신설 이래 최고 청취율을 달성했다. 중징계를 받은 ‘김현정의 뉴스쇼’와 ‘박재홍의 한판승부’ 모두 CBS 간판프로그램인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들이 인정받고 있다고 보나.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황당한 이유를 들며 CBS를 징계한 걸 보면 그만큼 크게 꼬투리 잡힐 만한 일을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무리한 이유를 들면서까지 CBS를 손보겠다는 태도를 보면 소위 말해 ‘영향력이 커졌구나’하는 생각이다. MBC는 8월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바뀔 수 있고 KBS는 이미 정부 비판 능력을 상실했다. 남은 CBS를 두들기면 라디오 영역은 대충 정리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상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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