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9층에서 열린 방심위 감사원 감사결과 규탄 기자회견. 왼쪽부터 김준희 지부장, 윤성옥 방심위원, 명숙 활동가, 손지원 변호사 사진=박재령 기자

국가보안법 관련 심의 업무를 부당하게 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직원 2인에 징계를 요구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놓고 ‘과잉 검열’을 유도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방심위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심위 노조 역시 감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와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는 지난 2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심위 감사원 감사결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성옥 방심위원,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가 참석했다.

감사원은 지난 13일 ‘국가보안법’ 관련 통신심의 지원업무 2건을 부당하게 수행했다며 담당 팀장과 직원에 문책·주의 요구할 것을 방심위원장에 통보했다. 2건 모두 국가정보원 민원으로 각각 북한 관광지 사이트‘ 조선관광’과 민주노총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북한노동자단체 ‘연대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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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국정원의 ‘조선관광’ 사이트 차단 민원에 대해 방심위 직원이 접속 여부를 잘못 파악해 민원을 ‘각하’시키고 해당 사이트가 유통되고 있는데도 즉각 재심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한 연대사’를 놓고 경찰청과 국정원이 북한 연대사에 모두 심의를 요청했는데 방심위가 국정원 제출 자료는 빠뜨린 채 경찰청 제출 자료만 안건에 포함해 심의가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방심위 노조는 징계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방심위가 망으로 KT를 쓰고 있다. KT 망에서 (조선관광이) 유통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스마트폰(LG유플러스)에서도 접속되지 않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 SKT에선 접속이 됐던 것”이라며 “지난해 4월 전화로 국정원이 이를 알려줬다. 이후 국정원 민원을 받고 심의 절차를 다시 밟아 지난해 10월 접속차단이 의결됐는데 방심위가 처리를 잘못해 (조선관광이) 몇 개월 방치됐다는 (감사원)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준희 지부장은 “방심위는 국정원이 전화로 알려줬다고 해서 자체 인지 심의를 할 수가 없다. 국가보안법 관련 방심위가 시정요구한 게 2만7000건이 넘는데 다 국정원 또는 경찰청 민원이 들어온 것”이라며 “지금까지 한 적이 없는데 자체 인지 후 심의하지 않아 징계한다는 건 과도하다. 그렇게 따지면 국정원이 바로 (차단을) 요청하지 않은 것도 잘못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북한 연대사’ 심의에서 국정원 자료를 누락해 ‘부실 심의’했다는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안건이 처음 상정됐을 때 만장일치로 의결보류됐다. 내용을 볼 때 당장 삭제해야 할 정보라고 보지 않은 것”이라며 “담당자는 이후 경찰청에 자료 보완을 요청했고 방심위 내부 법무팀과 통신자문특별위원회, 외부 로펌 2곳에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 다양한 검토를 받아 지난해 2월 ‘해당없음’ 결정(2023년 2월20일)이 났다. 이게 ‘부실심의’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7개월이 지나 국정원에서 다시 심의를 요청했고 이번엔 위원 구성이 바뀌어 ‘시정요구’로 결정이 났다”며 “국정원이 주장하는 건 자료를 누락했기 때문에 심의가 지연됐다는 건데 국정원 자료는 외부 로펌의 법률 검토 의견하고 국정원 자료하고 내용이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국정원 자료가 있었어도 2023년 2월엔 ‘해당없음’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9층에서 방심위 감사원 감사결과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박재령 기자

첫 심의에선 ‘해당없음’이 난 민주노총 ‘북한 연대사’는 국정원의 재심의 요청으로 지난해 10월30일 ‘시정요구’ 의결됐다. 통신소위 구성이 여권 다수로 바뀌자 ‘국가기관 기준에 맞춰 재심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가 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4일 서울행정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방심위 의결 효력이 정지됐다. 법원은 “효력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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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대사’ 심의에 참여했던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북한 연대사 의결이 번복된 건 직원들이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해서가 아니라 자의적인 심의 기준을 적용한 정치적 위원 구성이 원인”이라며 “국가보안법 심의는 전반적으로 개선할 사항이 많다. 직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제도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북한 연대사’ 심의 당시 통신자문특별위원으로 참여한 손지원 변호사는 “감사원이 통신심의 제도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방심위 사무처에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과도한 주의 의무를 전제하고 있다”며 “무한한 공간의 무한한 정보를 심의하는 방식의 통신심의 제도는 실효성은 없는데 행정력은 지나치게 요구한다. 이 문제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심의 업무 주체는 심의위원들이다. 그런데 위원들은 법적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나 정치적 사안만 표적으로 회의를 하고 직원들은 심의위원들의 편의를 위해 한 주에 5000여 건의 민원을 검토, 보고해 업무 환경이 매우 과중하다”며 “직원들에 감사원이 적용한 그 엄격한 기준을 심의위원들에 적용하면 그들이 자유로울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손 변호사는 “해당 정보들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국가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 명백한 위협이 있어야 하는데 ‘조선관광’ 사이트나 ‘북한 연대사’ 모두 도저히 그렇게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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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징계를 통해 직원을 길들이기 하고 통제를 시도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징계가 계속된다면 방심위 직원들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어떻게 판단하겠나. 방심위는 표현의 자유가 검열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국가권력과의 독립성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명숙 활동가는 “방심위가 심의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 여러 정부 부처가 심의해달라고 요청하면 모든 것을 다 그대로 첨부해야 하나. 오히려 심의를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또 이번 감사원 결과는 국정원 의견을 무조건 (방심위가) 수용하라는 해석과 다름 없다. 방심위는 국정원의 산하 기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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