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현 변호사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권오현 변호사 페이스북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자 현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인 권오현 변호사가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법정제재 소송에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해당 방송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확인돼 국민의힘이 심의를 신청하고, 국민의힘 법률자문위 변호사가 소송을 맡는 모양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받은 ‘방통위 소송 현황 자료’와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권오현 변호사(법무법인 도우화산)가 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제재 및 제재조치 처분 관련 소송은 3건으로 모두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이다. 2023년 12월 방송으로 모두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 최고 수위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3건 모두 국민의힘이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해 12월14일부터 지난 3월20일까지 지상파 방송에 접수된 민원 304건 중 146건이 국민의힘 민원이라고 보도했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선방심의위 징계 이후 MBC는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효력정지 가처분은 인용된 상태다.

국민의힘이 넣은 민원으로 촉발된 소송을 현직 국민의힘 법률자문위 부위원장이 맡게 됐다. 권 변호사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권 변호사가 수임한 소송 비용은 건당 990만 원으로 총 2970만 원이다.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선방심의위 징계 이후 신장식 변호사는 하차를 선언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고 이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하다 서울 중구 성동갑에 22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같은 지역구에 윤희숙 전 의원이 출마하자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 반발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 출신의 김성순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통화에서 “법률 위반이라 명백히 하긴 어렵지만 이해충돌 소지 등 윤리적 문제를 강하게 비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여당이 민원을 넣고 여당 추천 위원이 심의하고 여당 법률자문위 변호사가 소송을 맡는 건 ‘자가발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 소송 비용이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있고 (방송사 줄소송 예고로) 계속 오를 예정인데 문제를 일으킨 쪽에서 사건을 수임해 돈을 받고 하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선거방송심의 폭주 그 후…남은 민원은 방심위가 떠맡는다?
  • CBS 기자 “특정 패널이 좌파? 심의위원들 궁예인가”
  • ‘입틀막 도구’ 공정성 심의 없애야 할까? 언론학자 5인에 물었다
  • MBC PD “심의위원들, 김건희만 언급되면 발 벗고 덤볐다”

최근 10년 방통위 법정 제재 처분 취소 소송 비용 자료를 보면 방통위는 지난 1월1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제기된 11건의 소송에 대해 총 1억3970만 원의 소송 비용을 사용했다. 최근 10년간 방통위가 지불한 소송 비용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형식상 민간기구인 방심위가 결정한 제재를 실제 집행하는 주체는 방통위로 처분 취소 소송 대상도 방통위가 된다.

민형배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정부·여당이 그릇된 방송장악 음모로 짬짜미해 소중한 시민 혈세까지 낭비했다”며 “22대 관련 상임위에서 전 과정을 철저히 따져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