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덕수궁 대한문 인근 촛불집회장에서 개회사하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사진=양성모 기자]

[폴리뉴스 양성모 기자] 의정 강대강 대치가 어느덧 100일이 넘은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과 각 지역 의사회가 지난달 30일 오후9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을 포함해 전국 6개 지역에서 '대한민국정부가 한국의료를 사망선고' 집회를 열었다. 의협은 이번 집회는 정부의 비과학적·비합리적 의대정원 정책의 문제점을 알리고 정부에 의한 한국의료 몰살정책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밀어붙임으로써 한국 의료가 붕괴했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큰 싸움에 나선다는 의협의 경고에 정부는 집단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이제 2025학년도 증원은 확정된 상태라고 증원 방침을 사실상 못박았다. 

 교육부 등은 지난달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의대 증원분을 반영한 내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하면서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학을 제외한 의대 증원분을 발표했다. 또 수가 협상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3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와 대교협은 지난달 30일 각 대학의 2025학년도 정시·수시모집 비율 등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39개 의과대학 4610명… 전년 보다 1497명 늘어

앞서 대교협은 지난달 24일 전국 39개 의대 모집인원을 포함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해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2024학년도에 비해 1497명이 늘었다. 

이들 39개 대학의 올 의대 신입생 모집인원은 4610명으로, 수도권 대학이 1326명(28.8%), 비수도권이 3284명(71.2%)이다. 39개 학부 기준으로 보면 정원 내 선발은 원래 모집해야할 4487명에서 서울대와 중앙대가 각 1명씩 동점자를 초과 모집해 모집인원을 2명 줄인 4485명(97.3%)이다.

정원외 선발은 125명(2.7%)인데 ▲농어촌학생 69명 ▲기초생활수급자 등 대상자 27명 ▲재외국민·외국인 29명을 선발한다.

전형 유형별로 보면 39개 의과대학은 수시모집으로 3118명(67.6%), 정시모집으로 1492명(32.4%) 뽑는다. 주요 전형요소별로 살펴보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가장 많은 1577명(34.2%)을 뽑는다. 수능위주전형으로는 1492명(32.4%),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334명(28.9%), 논술전형으로 178명(3.9%)을 선발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고교 교과성적(내신성적)을 주요 전형요소로 하며,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성적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를 전형에 활용한다.

2025년 입학정원 확대 앞둔 의과대학 [사진=연합뉴스]

늘어난 모집인원(1497명) 가운데서는 절반에 가까운 42.6%(637명)를 학생부교과전형으로선발하고, 학생부종합전형으로 30.7%(459명), 수능위주전형으로 22.1%(331명)를 뽑는다.

임현택 의협 회장 정부 비난… "나치시대 게슈타포나 했던 짓"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달 30일 덕수궁(대한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통해 "이 나라가 언제부터 나치, 스탈린 비밀경찰이 날뛰던 전체주의 국가가 됐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냐"라면서 "이건 나치시대 게슈타포나 했던 짓"이라고 밝혔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의협이 내일 집회 자리에서 뭘 선언할지 아시고 미리들 실망하는가. 내가 거의 열흘 가까이 컨디션 난조로 잠자코 있었더니 다들 패배주의에 지레 실망에 난리도 아니다"라며 "다들 정신 차리고 일사불란하게 따라오라. 내가 가장 선두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정부는 자기들이 대처를 잘해서 의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새로 진단된 암 환자가 치료를 못 받고, 기존에 치료받아 살 수 있던 암 환자들이 병원 사정상 퇴원하라는 말을 듣는 등 제대로 된 안정적 대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장교의 잘못된 명령으로 새파랗게 젊은 병사가 죽어 가는데도 군의관들을 민간병원에 동원해 군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게 해 결국 죽게 한 보건복지부 차관 박민수와 국방부 장관 신원식은 살인자가 아니냐"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농단, 교육 농단, 암 환자 고려장, 어르신 의료 고려장 막는 의료 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됐던 총파업 계획 등은 발표하지 않았다.

국민과 의료계와의 질의응답에서 현재 의사인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은데, 지금의 사태가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의료계는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정부는 단순히 의사가 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마냥 근거없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 필수의료 확충 및 지역 간 의료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대정원 확대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명하 전 의협 조직강화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정부 "의료계 집단행동은 아무 의미 없어"

지난달 31일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료계에서 촛불집회를 벌이는 등 의대 증원과 관련해 반발하자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의대증원과 관련해 집단휴진 등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은 아무 의미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은 과거의 일"이라며 "이제는 미래를 위해 의료계가 정부와의 대화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복지부는 지난달 2~17일 시범사업 참여 병원 44곳를 모집하고 수련병원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심사위원회를 꾸려 심사를 진행한 결과 42개 병원을 선정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사진=연합뉴스]

이들 병원 가운데 강원대병원, 고려대 구로병원/안암병원, 대구파티마병원,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인하대학교병원 등 6곳은 지난달 31일부터 바로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남은 36곳은 병원의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기간은 내년 4월까지고, 각 병원에서는 근무 형태 및 일정 조정, 추가인력 투입 등을 통해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현행 최대 36시간에서 24~30시간 범위 내로 단축한다.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는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혁신하기 위하여 수련시간을 현실화하고,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병원 인력구조를 개선하며,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가 필수적이므로, 속히 복귀하여 연속수련시간 단축 등 수련환경 혁신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하였다.

의협 "무늬만 협상인 '수가통보'… 협상 거부"

의협은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작태에 환멸을 느낀다"면서 2025년 수가협상 거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공단은 (의협이) 이번 수가협상 선결조건으로 천명한 '환산지수 유형별 차등 적용', 협상 전 밴드 선공개 등의 수가협상 제도개선 요구에 대해 이리저리 회피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고 재정운영위원회의 꼭두각시 역할을 수행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현재 원가 미만의 수가에 행위 유형별 수가를 왜곡시켜 진료과목 간 갈등을 일으키는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논의를 협상 과정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다"며 "그러나 공단은 수가결정 구조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각계의 목소리에도 큰 포부를 언급했으나 수가통보를 그대로 반복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과 무책임한 태도를 면면히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민수 차관은 지난달 29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2024년은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미래를 향해 한 단계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며,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해 국민 건강 개선의 성과로 보여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의사단체는 오늘 오전11시30분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경찰청 앞에서 의협 전공의 법률 지원 변호인 경찰소환과 관련한 변호인조력권침해수사 규탄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집회에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협회장 등 임원과 전국 회원 변호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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