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4일부로 철회한다고 밝히며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4일부로 철회한다고 밝히며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다른 병원에 재취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날 정부의 결정으로 전공의들은 일반의로 다른 병원에 채용될 수 있다. 또, 정부는 병원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공의 대표가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실제로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현장에서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인기과 전공의는 복귀 가능성이 높지만 필수의료 전공의의 복귀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및 진료유지·업무개시명령 모두 철회

조규홍 장관 "전공의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 중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현안 브리핑에서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오늘부로 철회한다"며 "환자와 국민, 그리고 의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진료 공백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또, 행정처분 절차 중단 등 전공의가 병원으로 복귀하는 데 제약을 없애기로 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없이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조속히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차질없이 수련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련기간 조정 등을 통해 필요한 시기,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이 경우에도 수련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전문의 중심 상급종합병원 운영, 수련환경 전면 개편 등 전공의를 향한 당근을 제시했다.

조 장관은 "그간 전공의 여러분들이 제대로 수련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한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며 "이제는 정부가 여러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전공의 단체에서 제시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대책 마련,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등 제도 개선사항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전공의 대표 "사직서 수리돼도 안돌아가".. 흉부외과 전공의 92.3% "복귀 않을 것"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20일을 기점으로 일제히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고 아직도 90% 넘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포함해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확대·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전공의 대상 부당 명령 전면 철회·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 7가지를 요구한 바 있다.

7가지 요구 가운데 정부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요구 사항을 수용했지만 전공의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전공의 대표는 "사직서가 수리돼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전공의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저도 마찬가지지만 애초에 다들 사직서 수리될 각오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사직서 쓰던 그 마음 저는 아직 생생하다.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으로 지금까지 유보되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 메시지에서 "2월 20일을 다들 기억하느냐. 어느덧 백 일이 지났다"며 "다들 너무 잘하고 있다. 이런 전례가 없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에 상관없이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 무언가 발표가 있을 것 같다. 결국 달라진 것은 없다"며 "저는 안 돌아간다. 잡아가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언제나 어느 순간에도 떳떳하고 당당하다"며 "부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그런 한 해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다시 밝혔다.

그는 "정부는 석 달이 넘게 매번 검토 중이다, 논의 중이다. 대한의사협회건 보건복지부건 왜 하나같이 무의미한 말만 내뱉는지 모르겠다"며 "업무개시 명령부터 철회하라. 시끄럽게 떠들지만 말고. 아니면 행정 처분을 내리든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제는 뭐라고 지껄이든 궁금하지도 않다. 전공의들 하루라도 더 착취할 생각밖에 없을 텐데"라며 "달라진 건 없다. 응급실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필수 의료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기과(성형, 피부, 안과 등)을 가기 위해 대학병원으로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비인기과인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그만두고 싶어 한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흉부외과 전공의 107명 가운데 52명이 응답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92.3%는 '병원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들은 흉부외과의 위기 원인으로 '낮은 수가'(50%), '의료 집중 현상'(15.4%), '정부의 지원 부재'(15.4%) 순으로 꼽았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69.2%)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부의 정책 지원'(23.1%)과 '전공의 교육 시스템 확보'(7.7%)도 그 뒤를 이었지만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0%)는 응답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 여론 85% "의사들 환자 곁으로 복귀해야".. "점진적 의대 증원" 64%

의정갈등에 대한 국민여론은 정부의 입장과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절대 다수는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무리한 증원 보다는 점진적인 증원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공개했다. 조사 방식은 유무선 RDD(Random Digit Dialing)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3.1%, 신뢰수준은 95%다.

이에 따르면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반대가 85.6%로 찬성(1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진행한 진료 거부, 집단 사직, 휴진 등의 집단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응답은 85.6%에 달했다. 반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응답은 1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신뢰수준 95% 최대 허용 표집오차 ±3.1%p)에서 '의대 신입생을 점진적으로 증원하는 방안과 한 번에 일괄적으로 증원하는 방안 중 어느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63.9%가 '점진적인 증원'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에 일괄 증원'이라고 답한 비율은 30.1%였고, '잘 모른다'가 6.0%였다.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정책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지 않다'와 '그렇지 않은 편이다'라는 부정적 응답이 합쳐서 48.6%였다. '매우 그렇다'와 '그런 편이다'라는 긍정적 응답은 모두 합쳐 44.5%였다. '잘 모른다'는 6.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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