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80년대까지 아동학대 벌어진 선감학원 수용 피해자인 박차복씨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원아 대장을 살펴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강제수용과 아동학대가 자행된 ‘선감학원’에 대한 진실규명 절차가 마무리됐다. 피해자들은 명예 회복을 위해 신속한 후속 절차 진행을 촉구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수용자였던 박모씨 등 63명에 대해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 10월 선감학원 피해 신청인 166명에 대해 1차 진실규명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1차 결정 당시 포함되지 않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진실화해위 “40년간 자행된 선감학원 아동 인권유린은 국가 책임”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40년간 다수의 아동을 법적 근거없이 부랑아로 몰아 수용한 선감학원의 중대한 ‘아동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 설립돼 해방 후 1982년 폐쇄될 때까지 경기도가 운영한 아동 수용시설이다. 8~18세 아동을 강제 입소시키고, 노역과 폭행 등 학대와 고문이 이뤄졌다. 수용 아동들이 숨지는 일도 빈번했다. 선감학원은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암매장했다. 선감학원 수용 아동은 4689명(원아 대장 기준)에서 5759명(1982년 작성 경기도 부녀아동과 자료) 사이로 추정된다.

수용 아동 4689명의 원아 대장을 분석해보니 그 중 가장 많은 824명의 퇴소 사유가 ‘탈출’이었다. 선감도 주변이 물살이 세고 수심이 깊은 서해의 갯벌이어서 대부분 익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선감학원은 아동 수용의 목적보다 경기도 소유 재산인 선감도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유지되며 인권침해가 빈번히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는 “정부와 경기도는 표면적으로 복지정책을 펼쳤지만, 그 내면에는 도시 빈민에 대한 우생학적 논리를 적용해 집단수용이라는 방법으로 사회에서 격리하고 헌법으로 정한 국민의 기본권마저 말소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의 아동 인권침해가 사실상 경기도정에 의해 행해졌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헤위 조사에서 당시 경기도지사는 ‘선감학원이란 이름조차 생소하다’며 기억하지 못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와 경기도에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유해 발굴 등을 권고했다. 경기도지사는 2022년 1차 진실규명 당시 사과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선감학원 피해자 박차복씨 “유년시절 기억은 폭력·감금·탈출뿐…도둑맞은 인생, 국가가 사과해야”

정갈한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작은 건설회사 대표, “먹고 살만큼”의 벌이, 네명의 단란한 가족. 평탄한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이는 박차복씨(56)는 수십년간 가족들에게조차 말하...

김영배 선감학원 아동피해 대책협의회 회장은 “진실규명 결정은 피해자들에게 더 없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피해를 회복받지 못하고 떠난 이도 다수다. 김 회장에 따르면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피해자 중 2년 사이 세상을 뜬 사람만 12명이었다.

김 회장은 “피해자들이 나이가 많다. 하루빨리 특별법 제정 등 진실화해위 권고사항이 이행돼 명예회복이 늦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감학원 아동침해 사건 피해자들이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경기 안산시 선감묘역에 2022년 4월28일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 한수빈 기자

아동 인권침해 상징 ‘선감학원’ 개소 80년…다시 밟은 ‘비극의 길’

1942년 5월29일 195명의 아이들이 회색빛 바다를 건너 선감도에 내렸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반인륜적 아동 인권침해의 상징으로 꼽히는 ‘선감학원 사건’의 시작이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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