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13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나선 박민 KBS 사장. 사진=KBS

박민 KBS 사장이 현직 감사가 반대한 감사실 주요 인사를 강행한 것은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어 효력을 정지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박민 사장 취임 후 인사에 법원이 제동을 건 첫 사례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김우현)는 지난 10일 감사실 전보 대상자들이 KBS 상대로 제기한 보직 및 전보 발령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인사조치 관련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사조치 효력을 임시 정지하라는 것이다.

앞서 박민 사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박찬욱 감사의 반대에도 올 2월 감사실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를 냈다. 기존 감사실장은 경영관리국 평직원, 방송감사부장은 시사교양2국 평직원, 기술감사부장은 미디어송출부 평직원 등으로 각각 전보 발령했다. 당시 박 감사는 “감사의 요청 없이 감사실 부서장의 전보를 추진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감사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이 같은 인사 조치 이후 박 사장은 KBS 이사회에서 ‘필요하다면 불공정 보도 관련 조사나 특별감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취임과 동시에 여권 비판적 보도를 ‘불공정 보도’로 규정했던 박 사장이 감사실을 사유화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법원은 박 사장 감사실 인사의 절차적 정당성, 긴급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문은 “이 사건 전보명령은 감사직무규정 제9조에 반하여 감사의 요청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감사실은 감사의 보조기관으로서 그 직무 중 일부를 위임받아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그 직무수행의 독립성 보장을 위하여 감사의 요청이 없는 한 감사실 소속 직원의 전보를 삼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KBS 감사직무규정은 감사부서 직원의 보직 및 전보는 감사 요청에 의해 이뤄져야 하고, 감사가 부적격자로 인정하는 자는 감사부서 직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감사 요청 대로 조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돼 있다. 법원은 이것이 감사의 전보 요청이 없음에도 그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하기만 하면 전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감사가 반대하는 직원들이 감사실 책임직급을 맡게 되면 감사 업무의 연속성·독립성이 저해될 염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KBS 사측이 ‘전보명령은 순환보직 일환으로 감사 업무의 연속성·독립성을 훼손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해 재판부는 이번 전보명령이 인사규정상 순환보직 원칙·기준·방법에 부합하는지, 긴급한 업무상 필요가 있었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소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존 보직자들이 긴급한 순환보직 대상이 될 만큼 근무기간이 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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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또한 박 감사 임기가 올해 12월26일까지 남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전보명령 효력을 정지할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했다. 인사 대상자들이 전보명령으로 입은 피해를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 만으로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KBS 사측은 이번 법원 판단에 대한 입장을 물은 11일 오전 질의에 현재까지 답하지 않았다. 전보 대상자들에게도 후속조치 관련 설명이나 계획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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