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한 제3자뇌물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검찰이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한 제3자뇌물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 5번째 재판에 넘겨지게 됐으며,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앞서 1심 법원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하여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에 대해 징역 9년6월을 선고한 후 검찰의 기소는 예상됐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기소에 대해 "대통령 정적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검찰의 조작 수사에 대한 특검법을 추진하고 판사 선출제 및 법 왜곡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기소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가중된 것을 막을 수는 없게 됐다.

특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이 대표가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대통령직을 상실하게 되는지, 재판이 계속 이어지는지를 놓고 헌법 제84조 논쟁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檢, 구속영장 기각 후 9개월 만에 불구속 기소.. "800만 달러 제3자 뇌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외국환거래법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9월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된 지 9개월 만이다.

대북송금 의혹은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 대표 방북비 300만 달러를 쌍방울그룹에 대납시켰다는 것이 골자다.

먼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2019년 1~4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으로 하여금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른바 제3자 뇌물죄이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이를 요구했을 때 적용된다.

또, 북한 측에 경기도지사 방북 초청을 요청하고, 북한 측으로부터 의전비용을 추가로 요구받자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김 전 회장이 3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 등이 통일부 장관 승인 없이 북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협력사업을 시행한 점과 경기도지사 경제고찰단 방북을 통한 경제협력 등 사업을 시행한 점도 혐의(남북교류협력법위반)에 포함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이 대납한 800만 달러를 금융제재 대상자인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조선노동당에 지급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고도 봤다.

앞서 이 사건 관련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먼저 넘겨진 이 전 부지사는 지난 7일 1심에서 징역 9년 6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와 관련 "경기도와 쌍방울 그룹이 결탁한 불법 대북송금 실체가 확인됐다"면서 "1심 판결문을 정밀하게 분석해 오늘 이들을 기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法 "김성태, 이재명과 통화했다는 진술 믿을 만해"

김성태 "대납 전 이재명과 통화" "이재명이 '알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해"

이재명 "검찰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져" "말 같지도 않은"

이번 검찰의 기소는 재판부의 판결문이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일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한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1심 판결문에서 김성태 전 회장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휴대전화로 이재명 대표와 두 차례 직접 통화했다고 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와 김 전 회장 사이에 두 차례 통화가 이뤄졌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에 대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사실관계와 모순되지 않아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2019년 7월 이뤄진 김 전 회장과 이 대표의 통화도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 25~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태평화국제대회 중 이 전 부지사가 바꿔준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저 역시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검찰도 김 전 회장이 방북 비용 대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와 통화했다고 공소장에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북한에 돈을 전달하는 날 확인 차원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이 대표와의 통화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통화에서 "알겠다. 잘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는 게 김 전 회장의 주장이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방북 사업을 이 전 부지사에게 직접 지시했고, 이를 여러 차례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 대표가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서 배제된 뒤 독자적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이 전 부지사에게 대북사업을 지시하고 수시로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는 대북사업 브로커였던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접촉해 북한 인사들과 접촉했고, 스마트팜 비용을 대북 제재로 지급할 수 없게 되자 김 전 회장에게 접근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의 기소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12일 "검찰의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사건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우리 국민들께서 조금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며 "이럴 힘이 있으면 어려운 민생을 챙기고 안보와 경제를 챙기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이 통화했다는 검찰 주장을 법원이 인정한 데 대해선 "그렇냐"고 되물으며 "말 같지 않은"이라고 일축했다.

4개 재판 동시 진행, 사법리스크 심화… 집행유예 이상시 대선 출마 제약

이번 검찰의 기소로 이재명 대표는 4개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사법 리스크의 무게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현재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의혹,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 등으로 3개 재판을 받고 있다.

받아야 하는 재판의 양이 늘어나면서 제1야당 대표로서의 당무 수행에 부담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일부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향하면서 그 결과에 따른 영향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장동·백현동·성남FC 의혹 재판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열린다. 여기에 대북 송금 의혹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이 대표는 한 주에 최대 3∼4차례까지 법원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특히, 대북 송금 의혹 재판이 수원지법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 기존 재판이 진행되는 서초동 서울중앙지법까지 두 곳의 법정을 오가며 재판을 받아야 한다. 당무는 물론 상임위 활동, 본회의 출석 등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판 결과에 따른 사법 리스크도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나 위증교사 사건의 경우 재판 진행 속도가 빨라 이르면 올해 안에 1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위증교사 사건의 경우 지난해 9월 법원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혐의에 대해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이들 사건 중 하나라도 이 대표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되며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민주 "대통령 정적죽이기" 검찰조작 특검법·판사 선출제·법 왜곡죄도 검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귓속말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12일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자 "검찰이 또다시 야당 탄압, 대통령의 정적 죽이기에 나섰다"고 반발했다.

또, 검찰 수사를 '사건 조작'으로 규정하고 대북송금 사건 수사 검사들을 수사하는 특검법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왜 지난해 영장 기각 후에 기소하지 않고 이제 와서 추가 기소하냐"면서 "나날이 지지율이 추락하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가리려는 국면전환용 기소, 명백한 정치 기소"라고 주장했다.

한 대변인은 "지난 1년 사이 검찰의 주장을 증명할 증거가 더 확보되기는커녕 사건 조작 의혹만 생겨났다"며 "증거를 조작하고 무리하게 수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이재명 대표를 기소하다니 정말 후안무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의 공정한 집행자이기를 포기하고 대통령의 가신이기를 자처하는 검찰의 야당 탄압 기소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국회 브리핑에서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한 검찰의 조직적 회유 실체를 반드시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해 진술을 회유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증언과 쌍방울 내부자의 폭로가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며 "관계자의 증언과 폭로에 따라 검찰청 안에서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을 비롯한 공범들이 수시로 만나 진술을 조작한 정황에 대한 조사와 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해 있는 죄를 덮어주는 대가로 미리 짜맞춘 진술로 재판을 진행했다면 재판의 결과 역시 오염될 수 있다"며 "검찰의 진술조작 의혹에 대한 진상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송금 사건 관련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정치검찰사건조작 특별대책단은 이날 회의를 통해 검찰조작 특검법(이화영 특검법) 처리에 속도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검법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장한 '술자리 진술 회유 조작' 의혹과 쌍방울그룹의 주가조작 등에 관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 등을 특검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민주당 내부에서는 '판사 선출제'와 '법 왜곡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검사에 요런 판사라니…', '심판도 선출해야'라며 판사 선출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판결 결과에 대해 판사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왜곡죄' 신설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원석 "사법부 독립 심각한 침해" 진중권 "민주당, 마치 수령 체제의 조선노동당"

민주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찰을 넘어 사법부에 대한 압력, 헌법에 나오는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로 들어서며 이같이 말하며 "진영과 정파, 정당, 이해관계를 떠나 어떤 고려도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수사하고 처리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이 끝나고 나서 사법부에 대해 욕설을 암시하는 SNS를 남기고 재판부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그런 말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판사에 대한 특검과 탄핵까지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 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1일 "결국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마치 수령 체제의 조선노동당 같다. 총폭탄이 되어 수령을 결사보위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날 방송된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판결문을 보면 경기도지사 방문 사례금의 대가성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유죄 판결과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당선 후 유죄 확정 된다면? 한동훈發 '헌법 84조' 논쟁 점화

현재 재판 속도를 고려하면 1심 판결이 나오더라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3~4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이재명 대표가 오는 2027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된 후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온다면 대통령직을 상실할 것인지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헌법 84조' 논쟁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형사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당선이 된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헌법 84조' 논쟁을 촉발한 것은 한동훈 전 위원장이다. 

지난 9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헌법의 소추는 기소만을 의미하며, 대통령이 된 피고인도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도 12일 재판 중인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재판은 진행되고, 집행유예 이상의 선고가 나온다면 당연히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장 원내수석대변인은 "재직 중 형사 소추가 안 된다는 것은 그전까지 어떠한 사법적인 현실화한 리스크가 없었음에도 대통령이 된 이후에 새로운 사법리스크가 생겨서 정상적이고 원활한 국정운영이 마비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사법리스크가 있어 재판 중인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대통령 마칠 때까지 직을 수행할 수 있게, 사법리스크에서 피할 수단을 제공해준다면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 정신을 고려하면 공소제기뿐 아니라 재판까지 포함된다는 시각이 있으나 헌법 규정이 대통령에 대한 특권 조항인 만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또, 검사가 피고인인 대통령의 공소 유지를 원활히 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검사와 피고인 측의 합의를 통해 임기가 끝날 때까지 판사가 재판 진행을 중단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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