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집단 휴진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도 없는데, 장기화될까봐 걱정이에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대 4개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에서 집단휴진을 예고한 첫날인 17일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송희곤씨(62)는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협심증을 앓고 있는 송씨는 얼마 전 병원 측으로부터 예약 일정과 담당 교수 변경을 문자로 통보 받았다. 이미 한번 진료가 연기됐던 그는 이번에도 예약이 변경될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날은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앞으로에 대한 걱정을 표현했다. 송씨는 “오늘은 약을 탈 수 있겠구나 싶었다”면서 “상황이 장기화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갈 수도 없다”며 “다음에도 (예약이) 연기될 수 있고, 몸 상태가 더 나빠질 수도 있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은 송씨처럼 휴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당장 의료대란 수준의 큰 혼란은 없었지만, 이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전날까지도 진료가 취소될까 마음을 애태워야 했다.

혈액암 치료를 위해 거의 매주 서울대병원에 오고 있는 김정희씨(79)도 “우리는 나이가 있어서 치료를 받아도 시원찮은데, 걱정된다”면서 “병원 진료가 차질없이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특히 김씨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호전되지 않아 여러번 병원을 옮긴 끝에 서울대병원에 오게 됐다. 이 병원에서 진료를 보기 시작한 후 몸 상태가 이전보다 좋아졌기 때문에 다시 다른 병원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는 “다른 데로 갈 수가 없다”면서 “손놓고 기다릴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뇨병으로 2007년부터 서울대병원에 다넜다는 이모씨(69)는 “병원에 자주 와야되는데 휴진될까봐 걱정된다”며 “오늘도 진료가 안된다고 할까봐 엄청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환자는 생각 안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 첫날인 이날에도 병원에는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방문하고 진료를 받고 있었지만, 평소보다는 현저히 적은 수준이라고 환자들은 전했다. 이씨는 “원래 이 시간이면 환자들로 병원이 엄청 꽉차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한가한 편”이라면서 “신규 환자는 안 보는 것 같다. 보통은 2배는 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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