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인 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병원과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이어 두 병원도 휴진 계획을 사실상 접으면서 의료계의 대(對)정부 투쟁 동력이 떨어지는 양상이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5일 회의를 열고 무기한 휴진 시작을 당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비대위엔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 교수들이 소속돼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21~24일 교수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그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응답에 참여한 교수 70%는 휴진보다는 경증 환자 진료를 최소화하는 진료 축소 형식으로 전환해 환자 불편이나 두려움을 줄여야 한다는 데 손을 들었다.

비대위는 휴진을 보류하는 이유를 두고 “본질적 문제에 대한 관심보다 환자들의 두려움만 키우는 역효과가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대형병원은 현실적으로 무기한 휴진에 나서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이날 밤 늦게까지 총회를 거쳐 “교수 설문조사 응답에서 절반 이상의 휴진 지지가 있었지만, 무기한 휴진을 시작하는 걸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비대위엔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등 3개 병원 교수가 참여한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은 그동안 내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등을 요구하면서 휴진 돌입 여부도 검토해 왔지만 진료를 이어가는 쪽으로 선회한 셈이다. 다만 비대위는 “교수들이 추후 상황 변동 시 전면적인 무기한 휴진을 추진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한발 물러나면서 의료계의 휴진 행렬은 속속 멈추게 됐다. 전공의 이탈로 4개월 넘게 이어진 의료공백 사태가 갈림길에 접어든 셈이다. 빅5 병원 중에서 가장 먼저 무기한 휴진을 내세웠던 서울대병원은 지난 21일 휴진 중단 결정을 내리고 이번 주부터 정상 진료에 복귀했다. 오는 27일부터로 예고됐던 의협의 무기한 휴진도 미뤄졌다. 의협은 오는 29일 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휴진을 앞둔 다른 빅5 병원에서도 전면적인 휴진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연세대 의대)과 서울아산병원(울산대 의대)은 각각 오는 27일, 다음 달 4일부터 휴진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날 세브란스병원장·연세암병원장 등은 교수진에 보낸 서신을 통해 “지난 139년간 연속된 진료는 앞으로도 멈출 수 없다”면서 “부디 환자를 위한 진료가 중단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청한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전면 휴진보다는 교수마다 가능한 선에서 자발적으로 진료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이 얼마나 참여하는지도 비대위가 조사하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아직 대규모로 환자 진료 예약이 조정되는 등의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울산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휴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나머지 진료를 확 줄이는 걸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서울대 비대위의 무기한 휴진 중단 결정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휴진을 예고한 다른 병원들도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직 일부 병원에서 집단 휴진을 예고하고 있지만,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한 결정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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