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조 준비위원회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정문 앞에서 ‘작가노동자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출판사에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작가노조준비위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한 26일 작가들이 출판업계를 향해 “작가도 노동자다”라고 선언했다.

작가노조 준비위원회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정문 앞에서 ‘작가노동자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라고 출판사들에 요구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외 470여개 출판사 및 출판 관련 단체가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잔치다.

작가노조 준비위는 “한국 사회에서 사실상 글쓰기 노동은 불안정 노동, 하청 노동, 종속적 노동”이라며 “2011년 생활고로 고독한 죽음을 맞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불공정한 매절 계약으로 저작권을 강탈당한 백희나 작가, 고 김우영 작가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를 아프게 흔들었는데도 작가들은 여전히 혼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사 속에서 사회는 이를 아파하지만, 기사 바깥에서 사회는 이를 나 몰라라 한다”고 밝혔다.

작가들은 “우리는 글쓰기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삶과 일상이 안녕하기 위해, 오랜 고립과 폄하와 빈곤화를 넘어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고 또 답하려 한다”며 “작가노조를 만들어가는 일은 물론, 작가노동의 조건과 권리를 범사회적으로 담론화하고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과정을 밟아나가려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희음 시인, 황모과 SF소설 작가, 김홍 소설 작가, 도우리 에세이스트, 위래 웹소설 작가, 전혜진 SF소설 작가, 이시도 시나리오 작가, 박해울 SF소설 작가 등이 참석해 발언했다.

▲작가들은 출판사로부터 들어온 부당한 발언을 종이에 적은 뒤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찢긴 종이엔 “돈 밝히는 작가 소리 듣고 싶어요” “억울하면 베스트셀러 작가 되든가” “원고료 주면 그게 얼마든 감사한 거야” “작가가 무슨 돈을 밝혀?” “지금까지 돈 안 줬는데 작가님한테 주면 불공정하죠” 등 문장이 적혔다. 사진=작가노조준비위

장르소설과 만화 스토리를 쓰는 전혜진 작가는 “계약서를 잘 읽고 장부를 꼬박꼬박 쓰고, 이런 일로 법원도 종종 가 본 작가라 해도 지난 23년 동안 떼어먹힌 돈의 액수는 만만치 않다”며 “기성(작가)은 먼저 정산해 주고 신인 작가들은 제때 정산하지 않거나, 심지어 여성 작가들은 늦게 정산하고 남성 작가들만 먼저 정산하는 회사도 있다”고 고발했다.

황모과 SF 작가는 “(전업 작가로 일한) 지난 5년은 ‘이게 맞나?’하는 의문의 연속이었다”며 직접 겪은 부조리를 열거했다. “데뷔 후 첫 계약은 2차 저작권을 공모전 주관사인 언론사에 분배하도록 하는 계약이었다. 출판사는 그저 형식적인 계약서라고, 적용은 다를 거라며 날인해도 괜찮다고 안내했다”고 했다. 이어 “(출판사 책임으로 계약이 해지돼도) 중쇄하지 않으면 이전 쇄 인세도 받을 수가 없다”며 “출판사는 중간집계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했다.

그는 “전자책 인세 조건, 2차 저작 배분율 등 표준계약서 이하로 후려친 계약서가 초안이랍시고 당당하게 온다. 이제는 아득바득 우겨야 표준계약서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뿐이란 걸 안다”며 “지연된 원고료를 받기 위해 굴욕감을 참는다. 아무래 애써도 극소수의 베스트셀러 작가 외에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구도”라고 했다.

도우리 에세이스트는 “개인으로 절망하고 검열하기보다 작가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몇십 년 동결돼온 원고료와 인세 그리고 강의료란 그저 적은 금액이 아닌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홍 소설가는 “선의가 아닌 권리를 생각하며 이 노동에 임하고 싶다. 나는 글쓰기라는 노무를 통해 작업물을 납품하는 예술창작 노동자”라고 선언했다.

전혜진 작가는 “명성 높은 작가가 아닌 가장 취약한 신인 작가를 위해 일하는 단체가, 일한 것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지지하는 단체가, 하한선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겐 노조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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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출판사로부터 들어온 부당한 발언을 종이에 적은 뒤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찢긴 종이엔 “돈 밝히는 작가 소리 듣고 싶어요” “억울하면 베스트셀러 작가 되든가” “원고료 주면 그게 얼마든 감사한 거야” “작가가 무슨 돈을 밝혀?” “지금까지 돈 안 줬는데 작가님한테 주면 불공정하죠” 등 문장이 적혔다. 사진=작가노조준비위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자신의 등에 작가들의 노동권에 날개를 단다는 뜻을 담은 모형 날개를 달았다. 출판사로부터 들어온 부당한 발언을 적은 종이르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도 했다. 찢긴 종이엔 “돈 밝히는 작가 소리 듣고 싶어요” “억울하면 베스트셀러 작가 되든가” “원고료 주면 그게 얼마든 감사한 거야” “작가가 무슨 돈을 밝혀?” “지금까지 돈 안 줬는데 작가님한테 주면 불공정하죠” 등이 적혔다.

작가노조 준비위는 지난해 9월 집담회를 시작으로 작가 노동에 대한 문제를 짚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 소설, SF, 르포, 인문사회, 학술, 만화, 평론, 에세이, 번역 등의 집필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목표로 참여해 예술인 산재보험 적용, 알라딘 전자책 유출 사건 등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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