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민법상 법률혼주의를 채택한 한국에서 사실혼과 법률혼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헌법재판소는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제100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조항은 배우자는 다른 상속인이 있으면 공동으로, 다른 상속인이 없으면 단독으로 상속인이 되는 것으로 규정하는데 여기서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를 뜻한다.

청구인 ㄱ씨는 약 10년간 동거 중이던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가 사망했지만 상속 대상에서 제외돼 재산을 상속받지 못했다. 이에 ㄱ씨는 2019년 8월 사실혼 배우자의 형제자매 등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민법 제1003조 제1항 중 ‘배우자’ 부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우리나라가) 법률혼주의를 채택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제3자에게 영향을 미쳐 명확성과 획일성이 요청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으므로, 상속권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4년에도 비슷한 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민법 1003조 제1항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

또한 ㄱ씨는 “사실혼이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된 경우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혼시 부부의 재산분할청구권을 규정한 839조의2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각하 처리했다.

재판관 6명은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는 조항은 헌재의 헌법소원에서 허용되지 않는 진정입법부작위(입법자에게 입법의무가 있지만 전혀 입법하지 않는 행위)를 다투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현재의 법체계 및 재산분할제도 하에서는 사실혼 부부가 협력해서 이룬 재산이 그 형성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상속인에게 모두 귀속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규정하지 않는 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 의견을 밝혔다. 이영진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 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상속이나 재산분할제도 관련 규정 등에 관한 입법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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