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미화씨가 7월18일 국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언론탄압 국회 증언대회’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이진숙은 또 다른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자기 밥그릇 챙기자고 MBC 식구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방송인 김미화)

“이진숙이 다시 돌아온다면 어떤 한을 품고 보복할지 모르겠다. 단순한 기우는 아닐 것이다.”(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되면 안 되는 이유를 성토하는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 후보에 의해 ‘좌파’로 낙인찍힌 방송인 김미화씨는 이 후보가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를 알면서도 대중예술인을 정치적 이념을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를 MBC 기자회에서 제명한 바 있는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이 후보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될 경우 갖은 보복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 12인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언론탄압 국회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 후보의 언론탄압 행보와 관련 있는 이들이 이 후보가 방통위원장이 돼선 안 되는 이유를 밝히는 자리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가 2022년 12월 자유민주당 강연에서 예술인들을 좌파와 우파로 나누고 있다. 사진=자유민주당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정원 블랙리스트 피해자 김미화 “이진숙 또 다른 블랙리스트 만들었다”

김미화씨는 이진숙 후보에 의해 ‘좌파 연예인’으로 낙인찍혔다. 이 후보는 2022년 12월 자유민주당의 ‘자유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서 연예계가 ‘좌파’ 쪽으로 편중됐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김미화씨를 포함해 김제동, 정우성, 권해효, 안치환, 문소리 등을 좌파로 규정했다. 김씨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 블랙리스트’ 피해자이기도 하다.

김미화씨는 “이진숙 후보에 의해 좌파 연예인으로 낙인 찍혔다”며 “과거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올라 괴롭힘을 당했는데, 이 후보는 또 다른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그동안 블랙리스트 때문에 대중예술인들이 고통받은 걸 알면서, 어떻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PPT를 띄우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김씨는 이 후보를 ‘MBC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한솥밥 먹던 가족’이라고 표현하면서 “자기 밥그릇을 챙기자고 MBC 식구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라고 밝혔다.

김미화씨는 2011년 4월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을 맡았으나 하차했다. 자진사퇴 형식이었지만, 당시 김씨가 강제 하차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씨는 2018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재철 전 MBC 사장의 국정원법 위반 사건 증인으로 출석해 “2011년 4월 김 전 사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시죠’라고 했다. 방송사 대표까지 이렇게 얘기하는 거면 난 이제 물러나야 하는 거구나 싶었다”고 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이 7월18일 국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언론탄압 국회 증언대회’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MBC 기자회 제명당한 이진숙… 박성호 “이진숙 돌아온다면 어떤 보복할지”

이진숙 후보는 1987년에서 2018년까지 31년간 MBC에서 근무하며 홍보국장, 보도본부장, 대전MBC 사장 등을 지냈다. 이 후보가 홍보국장을 지낸 2012년,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의 불공정·편파 보도 논란이 일자 구성원들은 총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MBC 기자회는 이 후보를 영구 제명했는데, 이 후보가 파업 전후 언론브리핑을 통해 구성원들의 파업 의도를 왜곡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권재홍 당시 MBC 보도본부장을 행해 퇴근길 시위를 하던 중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당시 MBC 기자회장)은 “이진숙 후보는 당시 후배들에 대한 해고·징계 논리를 생산하고, 이를 확산시켰다”며 “MBC 구성원들의 파업을 정치 파업, 불법 파업이라고 공격했고 우리 배후에 정치권이 있다는 주장도 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 회장은 2014년 이진숙 후보가 보도본부장에 임명된 후 파업 참여자에 대한 보복 인사가 본격화됐다면서 “이 후보는 파업에 참여한 젊은 기자들을 한직으로 보내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경력기자를 채용했다. 이 후보가 돌아온다면 어떤 한을 품고 보복할지 모르겠다. 단순한 기우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박성호 회장은 2012년 MBC가 ‘보안강화’를 이유로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강제하고, 이를 통해 직원들 이메일을 열람했다면서 “당시 실무 책임자에 따르면 이진숙 후보가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조속히 시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대법원은 2016년 보안 프로그램이 노동조합의 단결권·단체행동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하면서 이 후보를 ‘공동불법 행위자’로 규정했다.

이진숙 후보가 대전MBC 사장으로 재직할 때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졌고, 전국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대전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전 촛불집회에서 최대 6만 명이 운집했다. 하지만 당시 대전MBC는 관련 보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2016년 11월 대전MBC 시청자위원회에선 “대전MBC의 시국 보도는 면피용이다. 대전MBC는 촛불집회 당일 보도 달랑 1개, 마치 대전 시내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사건을 생각 없이 내보내는 듯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듬해 1월엔 “(촛불집회 관련) 현장 중계 보도를 발견할 수 없었다. 다른 방송사와 비교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운영위원은 “이진숙 체제에서 대전MBC의 보도기능은 심각하게 망가졌다”며 “지역 민심을 외면한 촛불 보도는 대전MBC 사장이었던 이 후보와 보도국장·취재부장 등이 주도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왼쪽)과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정수장학회 MBC 지분매각’ 보도한 한겨레 기자 “방송이 흉기? 본인이 곱씹어봐야”

2012년 10월, 이진숙 당시 MBC 기획홍보본부장이 MBC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최필립 이사장을 만나 MBC 지분 매각 논의를 했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보도를 한 최성진 한겨레 기자는 최필립 이사장과 전화통화 중이었는데, 전화가 끊기지 않아 이 회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MBC는 한겨레가 도청을 했거나, 도청문건을 입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으며 최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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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기자는 MBC가 한겨레를 비판하기 위해 공공재인 전파를 무기 삼아 허위·왜곡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한겨레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화 내용 전체를 공개했는데, MBC는 왜곡보도라는 주장을 반복했다”며 “이후 일주일간 ‘뉴스데스크’에서 10차례, 라디오와 아침뉴스를 포함하면 40~50차례 관련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가 도청기를 활용해 회의 내용을 몰래 듣는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는 “이진숙 후보는 지난 4일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자리에서 ‘방송이 공기가 아니라 흉기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 본인이 그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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