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왼쪽)과 조태용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뉴스1·연합뉴스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VIP 격노설’이 불거졌던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실 경호처 일반전화인 ‘02-800-7070’ 번호로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주진우 당시 법률비서관 휴대전화로 통화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18일 파악됐다. 이날 이 번호로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도 전화를 발신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기록대로라면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사이 대통령실 경호처 일반전화로 국가안보실장-법률비서관-국방부 장관 등 각 부문의 최고위 관계자와 통화가 이뤄진 셈이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02-800-7070 번호의 지난해 7월28일부터 9월 2일까지 통신기록에 따르면, 7월 31일 오전 11시 9분쯤 이 번호로 조태용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31초가량 통화가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쯤엔 VIP 격노설의 진원지로 꼽히는 윤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보좌관 회의가 있었다. 당시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질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회의가 끝날 쯤인 오전 11시 43분 이 번호로 주진우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과 약 31초간 통화한 기록도 나타났다. 이로부터 10분 후인 오전 11시 54분엔 이 번호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가 걸렸고 2분 48초간 통화가 이어진다. 이 전 장관은 이 통화 직후 자신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전화기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한 것으로 파악된 상태다. 이 통화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이날 오후 예정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직무에 배제됐던 임성근 전 1사단장은 돌연 직무에 복귀해 낮 12시 54분 전산으로 휴가를 신청했다.

KT는 “02-800-7070의 고객명은 ‘대통령 경호처’”라고 밝혔다. 다만 이 번호로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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