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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서울 중구 청계광장 시민분향소에서 추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채 상병 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은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여야를 가리지 말고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오후 12시쯤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 차려진 채 상병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인근 직장인들은 ‘동생 같은 채 상병’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점심시간에 분향소를 찾았고, 중년·노년 층은 아들·손자가 떠올라 분향소를 찾았다고 했다. 군복 차림인 채 상병의 영정 사진 앞에는 시민들이 남긴 국화꽃 70여개와 해병대 팔각모가 놓였다. 시민들은 분향소 한켠에 마련된 추모글을 적어서 붙이는 게시판에 “대한의 아들아 미안하다. 다른 생에서는 인간을 존중하는 나라에서 태어나길” “같은 사단에 근무했던 해병으로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등을 남겼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1년째 지지부진한 진상규명에 안타까워했다. 안산에서 온 안태현씨(24)는“채 해병과 또래이기도 하고 저도 곧 군대를 가는 입장이라 더 착잡했다”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게 너무 화가 나고 유족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영실씨(55)는 “이렇게 허망하게 간 것도 안타까운데 그 후에 정부가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는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나라를 어떻게 믿고 아들을 군대에 보내겠나”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국회 법사위의 ‘탄핵 청문회’를 두고 “진상규명에 반대만 해온 정부·여당이 청문회를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우장민씨(30)는 “책임자를 전혀 처벌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윤 대통령 탄핵 국민 동의 청원에 동의했다”며 “떳떳하면 진상규명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모씨(67)는 “여당은 정치적인 공격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진정으로 채 상병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청문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 연대 회장은 “채 해병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은 여야의 문제도 정치 진영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여당은 과거에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청문회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청문회가 여당과 합의 없이 야당 주도로 열린 ‘불법 청문회’라며 반대해 왔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고소한 생존 병사 A씨의 추모 입장문을 밝혔다. 입장문에서 A씨는 “이제부터는 제 작은 용기로 전했던 이야기에 응답해야 할 사람들의 차례”라며 “내년 (채 상병) 기일에는 아무 눈치 보지 않고 그를 추모하고, 제 솔직한 마음과 감정들을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계광장에 마련된 채 상병 시민 분향소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는 이날 오후 6시 종로1가 보신각에서 ‘채 해병 1주기 시민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 군인권센터와 ‘거부권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도 같은 시각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맞아 추모 촛불 문화제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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