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형사소송절차상 성폭력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예슬 기자

22대 국회가 성폭력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성폭력 변론의 과도한 시장화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폭력 사건의 형사절차에서 피해자가 가해자 재판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와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률가 단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형사소송절차상 성폭력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위원회의 안지희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는 형사재판에서 배제되고 있어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루어져도 이를 알 수조차 없다”며 “피고인·증인 감정인에 대한 피해자의 질문권을 보장하는 독일, 검사 보조자 지위에서 피해자 방어권을 운영하는 일본 사례를 참고해 22대 국회는 피해자를 형사절차의 당사자로 전제하고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범죄 피해자 지원활동을 해온 연대자D(활동명)는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씨가 언론·유튜버 등과 접촉하며 사건을 공론화하자 그제서야 공소장이 변경되고 피고인의 형량이 늘었다”면서 “사적 제재를 해서라도 피해자나 가족·지인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고, 수사·재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피해자가 형사절차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 전담 법무법인들이 성범죄 재판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란 한국성폭력 상담소 부소장은 “성폭력 전담 로펌들은 가해자들의 시선에서 가해 사실을 스토리텔링한 후기를 ‘성공사례’로 언급하며 성폭력 가해 사실을 ‘보통 청년이 할 수 있는 실수’라고 표현하고 있다”며 “국회는 문제적 성폭력 가해 변론 시장화 규제 법안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무분별한 감경을 금지하는 법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참여 재판이 성범죄 피의자의 승소를 위한 ‘전략’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성범죄 피고인들이 국민참여 재판으로 가는 게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피해자와 피의자가 연인 사이라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는 점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등 ‘강간통념’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성폭력 변호의 시장화는 피해자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마땅한 사회정의와 치유의 문제를 부차적으로 만든다”며 “감경 목적의 사과문과 공탁금에 대한 적극적 컨설팅 등이 재판정에서 ‘통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성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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