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오늘부터 시작됐으나 지원규모는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올해 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오늘부터 시작됐으나 지원규모는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보여 수련병원이 신청한 7707명이 모두 충원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복귀와 사직을 모두 거부한 전공의 4700여명은 당분간 수련병원 복귀는 물론 병의원 취업도 어려워졌다. 이는 전공의 공백이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는 의미로 환자들의 불편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이번 하반기 모집 전공의에 대한 교육을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 '수련 특례' 발표에도 전공의 냉랭.. 전공의 공백 지속될 듯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의 수련병원은 오늘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하고 이달 말까지 지원을 받는다.

지난 2월 사직서 제출 후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사직 처리됐다. 전체 전공의 1만4천531명의 56.5%인 7천648명이 사직 및 임용 포기로 처리됨에 따라 수련병원들은 7천707명을 하반기에 모집하겠다고 신청했다.

현행법상 전공의들은 수련 도중 사직 시 '일 년 내 동일 과목과 연차'에 복귀할 수 없지만 정부가 하반기에 복귀하는 사직 전공의에 한해 수련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이 복귀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다수의 사직 전공의들은 특례와 무관하게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수련을 받지 않더라도 일반의 자격으로 병의원 취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상당수의 사직 전공의들은 이미 취업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특례로 지방 소재 전공의들이 빅5 병원에 입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좁은 의료계에서 '배신자' '기회주의자' 등으로 낙인이 찍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수련병원이 전공의를 적게 뽑을 수도 있다. 적당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선발하지 않을 경우 전공의 채용을 강제하기도 어렵다.

결국 전공의 이탈로 시작된 의료공백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난 수개월간 지속된 환자들의 불편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의미다.

또, 수련병원들의 경영난도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경고한 의료 붕괴가 임박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복귀-사직 거부 전공의 4716명, 취직도 어려워져.. 숫자 만큼 의료 공백

무엇보다 이번 정부의 최후 통첩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전공의가 4700여명에 이른다는 것이 문제다. 전체 전공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이들은 내년 3월에도 전공의로 복귀가 어렵고 다른 병원에 취업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와 가을 전공의 모집인원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전체 전공의 1만3천531명 중 56.5%인 7648명의 사직이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근무 중인 전공의는 17일 오전 11시 기준 1천167명으로 근무를 하지 않고 사직 처리도 안 된 전공의는 4천716명이나 된다. 전체 전공의의 약 35%이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행정처분을 철회가 아닌 '취소'하고, 사직 처리 시점을 6월 이후가 아닌 2월로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이탈 전공의'로 남게 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명령을 철회하고 처분하지 않기로 했으며, 사직자에게는 9월 복귀의 길까지 열어줬다"며 "사직을 허용했지만 수련병원이 사직 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사직 여부 등 계약 관계는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사직 후) 9월 복귀자에 대해 어떤 배려를 할지 충분히 설명했고, 복귀·사직을 안 하면 어떤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지도 적극적으로 알렸다"며 "그간 밝혔던 대로 '내년 3월 동일 전공·연차 복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귀와 사직을 모두 거부한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에 적을 두고 있어서 다른 병원에 취직할 수도 없다.

즉, 내년에 늘어나는 의대 증원 분보다 훨씬 많은 4700명의 의사가 없는 채로 의료 체계가 운영되는 셈이다.

고려대·연세대·가톨릭대 등 의대 교수들 "가르치지 않겠다" 확산

이런 가운데 일부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채용 면접에 참여하지 않거나 교육을 거부하는 방식 등으로 하반기 전공의 채용을 보이콧하겠다는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많은 과들이 전공의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현재) 공개된 인원은 인턴이 들어간 수치다. 고대 비대위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자리를 지켜낼 것이고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병원이 세브란스와 상관없는 이들을 채용한다면 그것은 정부가 병원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 현 상황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할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병원은 내년에 전공의들이 돌아올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사직) 전공의를 위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공의 사직 시점을 6월 이후로 하도록 한 것은 사직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병원에 전가하도록 하고, 전공의의 의지를 병원이 무시하도록 강요한 것"이라며 "정부가 병원을 통해 교수와 전공의의 의를 끊게 하고 병원·교수·전공의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들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신청에 대해서 진료과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모집인원이 신청된 것은 보건복지부의 강압적 행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며 "(전공의 미복귀 등)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증원을 비롯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의료정책을 지난 2월6일 이전으로 되돌리고, 의정 논의를 거쳐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의대 영상의학교실 교수들은 지난 20일 "후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해 지도 전문의를 맡지 않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후반기 전공의에 지원하는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런 의사를 미리 밝힌다"는 성명을 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SNS에 올린 게시글에서 "전공의들과 교수님들의 뜻과 관계없이 가을턴(하잔기 전공의 모집)을 뽑는 건 환자 살리는 총알 빗발치는 전쟁터의 전우애를 산산조각 내는 일"이라며 "한번 깨진 전우애는 다시 붙이기가 불가능하므로, 정부가 국민들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게 이 사태를 수습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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