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같은 유령법인 세운 뒤 계좌 명세 조작해 채권 추심

검찰, 법원으로부터 수사 의뢰 받아 직접 수사해 전원 구속

춘천지방검찰청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 갈무리.

전자 소송 제도의 편의성을 이용해 유령법인을 세운 뒤 물품 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계좌명세를 조작해 법원으로부터 99억 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채권 추심을 통해 16억6000만 원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춘천지검 형사2부(홍승현 부장검사)는 사기, 사기미수,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A씨(46) 등 6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5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 등은 피해회사와 같은 이름으로 유령법인을 설립한 후 ‘동명이사’(同名異社)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 이후 이 유령법인 계좌에 500만∼600만 원씩 송금과 출금을 반복한 뒤 ‘송금명세’만 편집해 마치 실제로 피해회사에 거액의 물품 대금을 보낸 것처럼 허위 자료를 만들었다.

이를 근거로 “물품을 못 받았으니 미리 지급한 대금을 반환해달라”며 피해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문서 제출 부담이 크지 않고,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법원의 전자 소송을 활용했다.

지급명령 사건은 일반 민사소송 사건과 달리 법원에서 서류 심리만으로 지급명령을 발급한다.

이 같은 점을 악용해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을 받아낸 이들은 피해회사 관계자 행세를 하며 지급명령 정본까지 가로챘다.

이들은 피해 회사 사무실 근처에 미리 대기하다가 법원으로부터 송달된 지급명령 정본을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결국 지급명령이 내려진 사실을 몰랐던 피해회사는 이의신청도 하지 못하게 됐다.

이처럼 피해회사가 모르게 지급명령 결정을 확정 시켜 채권추심을 가장해 돈을 빼낼 기반을 마련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피해 회사와 이름이 같은 유령법인 10개를 설립한 뒤 상호를 변경해 28개 회사를 상대로 법원에서 99억 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받아냈다.

이후 이들은 은행을 찾아 지급명령 정본을 근거로 피해회사의 법인 계좌에서 16억6000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일당의 범행은 피해 회사의 민원을 통해 소송 사기를 의심한 춘천지법의 수사 의뢰로 드러나게 됐다.

검찰은 지급명령 신청 시 근거자료로 내는 계좌명세에 법인 상호만 표시되고 등록번호는 표시되지 않는 점과 피해회사 관계자 행세를 하면 별다른 본인확인 절차 없이 지급명령 정본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범행이 이뤄진 사실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법원행정처에 제도 개선방안 검토를 권고하기로 했다.

또 피고인들이 세운 유령법인에 대해서는 유사 범죄에 재사용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해산명령 청구 등 조치를 할 예정이다.

춘천지검 관계자는 “법원과 검찰, 경찰이 긴밀하게 협업해 신종 사기 범행을 저지른 일당을 모두 구속하고,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피고인들에게 범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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