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이준헌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욕설·폭언을 하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불법적으로 수집한 뒤 조작한 경찰의 수사 방식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광역시 경찰청장에게 소속 경찰관을 대상으로 수사 과정에서 인권 보호 및 적법한 증거 수집 절차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8년 10월 여자친구에 대한 납치·감금·상해·준강간 혐의로 고소당한 남성 B씨는 A광역시 경찰청의 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해 긴급체포돼 수사를 받게 됐다. B씨 측은 피의자 신문 중 경찰로부터 욕설을 들었고, 경찰관들이 통합관제센터의 CCTV 영상을 불법적으로 취득·조작했다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관들이 수사보고서에 첨부한 CCTV 영상은 흑백이었는데, 원본은 컬러 영상이었다는 것이다.

경찰관들은 피의자 차량을 추적하기 위해 CCTV 통합관제센터에 방문해 B씨의 차량과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로 촬영해 수사보고서에 첨부했을 뿐 영상을 조작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이놈아” “이 새끼”라고 말한 사실은 있지만 타이르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권위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당시 진술녹화영상과 녹취록을 토대로 “경찰관들이 피의자 신문 시 B씨에게 욕설을 하고 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다수 확인된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 신문 시 음성이 녹음되고 있는 상황을 경찰관들이 인지하고 있었고, 참여 경찰관 여럿이 함께 수사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욕설과 폭언이 지속됐다”며 “참여 경찰은 이를 방관해 개인 일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통합관제센터에서 CCTV 영상을 수집하는 방식도 불법적이었다고 꼬집었다. 인권위는 “공공기관에서 개인영상정보를 수집할 경우 반드시 공문에 의해 수집해야 한다”며 “B씨에 대한 영상은 경찰관들이 통합관제센터에서 적법하게 제공받은 영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정보와 관련된 증거수집에 있어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불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CCTV 영상의 채도 값을 ‘0’으로 하고 밝기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영상을 흑백으로 전환했다며, 이는 경찰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컬러 영상을 흑백으로 전환한 후 사건 현장 확인을 어렵게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B씨의 여자친구는 스스로 B씨의 차에 탄 뒤 그를 납치·감금·상해·유사강간 등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이 수사했던 B씨의 납치 혐의는 검찰 송치 직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상해 및 유사 강간 혐의 또한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B씨의 여자친구는 B씨에 대한 폭행 및 모해위증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