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2024.7.29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세관 마약 수사 용산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수사를 맡았다가 좌천된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수사 결과 브리핑 예정일 이틀 전에 '세관 연루 가능성을 언급하지 말라'는 압박을 경찰 고위 간부를 비롯한 상급자들에게 받았다고 폭로한 것이다.

야권은 이를 '제2의 채상병 수사 외압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별도의 청문회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조 후보자는 백 경정의 인사가 좌천성 인사는 맞지만 수사 외압 때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조병노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장(경무관)에 대해서는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승진 청탁 정황이 담긴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인사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여야는 30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백해룡 경정, 인천 세관 연루된 마약 수사 진행.. 경찰청장까지 보고 "훌륭한 성과" 칭찬

수사 결과 브리핑 이틀 전 "용산이 심각".. 브리핑 취소 후 세관 내용 삭제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경찰 간부가 세관 마약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은 지난해 10월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이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과장(경정)에게 외압을 행사했는데 이 과정에 용산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백 경정이 관련 사실을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29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백 경정은 지난해 9월 9일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으로부터 세관의 협조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영등포서장인 A총경에게 보고했다.

이후 A총경은 서울청 고위 간부(9월 11일)와 윤희근 경찰청장(9월 13일)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 했다. 고위 간부와 윤 청장 모두 훌륭한 성과라고 칭찬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윤 청장은 "소기의 성과가 대내외에 제대로 알려지고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직접 챙겨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9월 22일 수사 브리핑을 앞두고 A총경은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

백 경정이 공수처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A총경이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뿐만 아니라 서울청 지휘부에서도 '관세청 내용을 삭제하라'는 압박이 시작됐다고 백 경정은 주장했다.

이후 9월 22일 예정됐던 언론 브리핑은 두 차례 연기됐고, 10월 10일 브리핑에서 세관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삭제됐다. 또, 백 경정에게는 수사에서 손을 떼고 사건을 서울청 마약수사대로 넘기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해룡 "조병노 경무관이 외압성 발언" vs 조병노 "단순 확인 차원"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도 백 경정은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관인 영등포서장(A총경)으로부터 '용산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대통령실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백 경정은 "경찰서장께서 밤 9시에 전화해 심각한 어투로 말하셨다. 이 사건을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자들과의) 신뢰가 깨지는 일이라 안 된다고 하니 서장이 '지시하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백 경정은 "(통화 후)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며 "(대통령실에서) 괘씸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또, 같은 해 10월 5일엔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이 전화를 걸어와 외압성 발언을 했다는 설명도 했다.

백 경정은 "(조 경무관이) 자기 소개를 먼저하고, '세관 이야기 안 나오게 해주시는 거죠?' 말했고. 제가 대답하지 않으니 '관세청도 국가기관이고 경찰도 국가기관인데 기관끼리 싸우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제 얼굴에 침뱉기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조 경무관은 백 경정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 경무관은 "상세히 설명해줘서 고맙고, 상급기관과 협의한 만큼 잘 됐을 거라고, 국감을 앞두고 국가기관을 좀 세심히 고려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즉, 인천 세관으로부터 마약 밀반입 사건에 연관이 있는 세관 직원이 언급되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확인만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그 일이 조 경무관의 업무에 포함된 것이냐"고 물었고 조 경무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위 의원은 "부당한 청탁을 받아 부당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경무관은 "개인적 인연을 가지고 계급이 낮은 사람한테 전화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의 질문에 "직접 전화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결코 외압은 아니었다"며 "당시 형사과장(백 경정)도 세관 관련은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기자가 브리핑 과정에서 물어보면 언급할 수밖에 없다고 상세히 저한테 설명해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 경정은 "당연히 외압이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필로폰 압수한 백해룡 경장 2023.10.24 [사진=연합뉴스]

野 "제2의 채상병 수사 외압사건" "별도 청문회 대상"

이날 야권은 이 사건을 '제2의 채상병 수사 외압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별도 청문회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수사 외압과 관련해 용산(대통령실)이 관여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사외압을 제기했던 과장은 현재 지구대로 좌천성 인사를 받았다"며 "제2의 채해병 사건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경찰판 박정훈 대령 사건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면서 "이들을 움직인 보이지 않는 손을 밝히는 게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백 경정의 좌천성 인사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백 경정은 최근 서울 영등포서 형사과장에서 강서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 인사됐다. 또, 지난 19일에는 서울청장인 조지호 후보자로부터 경고 조치까지 통지 받았다.

이날 조 후보자는 백 경정 인사와 경고 조치에 대해 "좌천성 인사로 볼 수 있다"면서 "보복성 인사는 아니다"고 했다. 이어 "(보복성 인사를 하려면) 제가 다른 압력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관 마약 의혹은) 국민적 관심 사건이어서 서울청 집중 수사 지휘 사건으로 분류됐다. 관련된 내용을 보고할 의무가 있는데 백 과장은 보고 없이 몇 차례 공보규칙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이에 윤건영 의원이 "좌천성 인사를 하려면 최소한 백 경정에게 당시 받았던 압력이 뭔지 물어봐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조 후보자는 "백 경정에 대해서 감찰 기능에서 사실 확인을 했다"며 "그 내용을 기초로 경고하고 인사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조 경무관에 대한 승진 청탁 의혹도 다뤄졌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속한 '멋쟁해병' 단체카톡방에서 조 경무관의 부속실장인 최모 경위가 조 경무관의 승진을 로비했다는 의혹이다. 조 경무관은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최근 '불문 처분'을 받으며 징계를 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경무관은 "이 전 대표를 만난 적 없고, 간접적으로도 승진 로비를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도 "실제로 조 경무관이 승진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한 사안"이라면서도 조 경무관에 대해 인사조치를 하겠느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의에는 "검토하겠다.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조 경무관에게 "부적절했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했으나 조 경무관은 백 경정의 전체 녹취를 확인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신 위원장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당사자에 대해선 국회의 대처가 엄중할 것"이라면서 "따로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혜인 의원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행안위 청문회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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