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의사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의사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부의 2천명 정원 확대 결정에 반발해 90%가 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고, 의대생 8천여명이 휴학계를 제출한 가운데 전국 의대 교수들도 오는 25일 집단 사직을 결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2천명 증원에서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에도 의사 단체가 요구하는 단계적 증원으로는 의사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며 "증원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2천명 증원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서울대 연세대 등 전국 의대 교수 "25일 일괄 사직서 제출"

방재승, 대국민 사과문 발표하며 "집단사직, 교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를 강행하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도 집단유급 가능성이 커지자 이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결의는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 등이 포함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이들은 지난 15일 회의에서 사직서 제출 시기를 오는 25일로 합의했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18일 "국민 여러분께 의료 이용에 불편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이면서도 집단사직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방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방 위원장은 사과문을 준비한 이유에 대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되고 나서 소통 없이 2000명이라는 인원 증가를 하는 데에 대해 저희가 설득을 하면 국민이 들어주고 지지를 해주실 거로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며 "국민들이 큰 분노를 느꼈고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교수 집단도 정말 잘못했다.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며 "이제 국민 여러분과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한다.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 위원장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이유에 대해 "교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자기의 인생을, 모든 걸 걸어서 온 교수직을 던지는 건데 오죽하면 그러겠는가"라며 "이 사태를 3월 안에 해결하지 못하고 4월로 넘어가면 의대생 유급부터 해서 전공의 행정처분 명령 그리고 대형병원 줄도산 파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의료는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사태는 4월이 넘어가기 전에 해결을 해야 의료 파국을 막는 데 아무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며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써서 진심을 좀 보여줘서 양보를 하고 제발 대화의 장을 좀 나오세요. 전공의 선생님들 돌아오세요. 그런 일종의 호소"라고 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수리될 때까지 현장에서 환자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은 이미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날 경우 환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고, 말 그대로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선배 의사들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옹호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의대 교수들이 환자 곁을 떠나겠다고 밝힌 데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의사들이 '좌시하지 않겠다' '사직하겠다'는 건 진료 현장을 떠나겠다는 건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단체행동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의사 중에서도 가장 정점에 있는 의대 교수님들이 이렇게 얘기하시는 건 절망스러운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끝까지 대화하고 설득해서 전공의와 정부가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병원 의료진과 간담회 [사진=연합뉴스]

尹 "의사면허를 국민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

의료 대란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으나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환자의 곁을 지키고 전공의들을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의료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본질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며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여된 의사면허를 국민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필수 의료 지원 대책', '건강보험 종합 계획' 등 정부의 대책을 언급하며 "이 모든 대책은 정부가 홀로 마련한 것이 아니라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단체에서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것이고 정부와 함께 논의해 온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 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필연적으로 의사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원한다"며 "그런데도 우리나라 의사 인력 정책은 시대와 동떨어져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원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나중에 훨씬 더 큰 규모의 증원이 필요해질 뿐만 아니라, 매년 증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 증가분 2000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대폭 배정해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 의료 개혁 패키지의 핵심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서울아산 어린이병원을 찾은 윤 대통령은 의료진 간담회를 열고 "증원을 단계적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졌다면 좋겠지만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역대 정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해 너무 늦어버렸다"며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고 말했다.

정부 "국민 생명 두고 협상 안돼" "사과하면서 집단사직…국민 납득못해"

정부는 의대 교수들에게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줄 것을 촉구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 생명을 두고 협상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우려와 정부의 거듭된 당부에도 이러한 의사를 표명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대화와 타협의 장을 만들기 위해 집단으로 환자 곁을 떠나겠다는 말도 국민들께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우리 국민들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진료하는 교수님들이 실제로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며 "국민의 믿음을 부디 저버리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도록 설득해달라"며 "의료체계 발전을 위한 개혁과제 논의에 함께 참여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9일 중수본 회의 브리핑에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집단사직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부본부장은 "무책임하게 환자를 버리고 떠난 제자들의 잘못된 행동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의료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 온 사회지도층으로서 의대 교수님들이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방식으로 뜻을 관철하려 하고 정부의 무릎을 꿇리려 하는 행동에,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나아가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가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란다"며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대화의 장은 언제든지 열려있으니 의견을 경청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피켓 든 의대생들 [사진=연합뉴스]

25일 첫 면허정지 나올 듯.. 수업거부 의대생 유급 조건 이미 충족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 가운데 이르면 오는 25일 첫 면허정지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의 이탈은 지난 19~20일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정부가 제시한 복귀 기한인 지난달 29일까지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 수는 100대 수련병원 소속 약 1만2000명이다.

복지부는 지난 5일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3개월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있으며, 의견진술까지 마친 전공의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오는 25일쯤 면허정지 처분 사례가 나올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위원장에게 4월15일부터 7월14일까지 3개월 간 의사자격 면허가 정지된다는 처분을 송달했다.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이 한 달 째에 이른 가운데 유효 신청도 8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인 18일까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 수는 누적 7850명으로 재학생의 41.8%다.

정부가 '요건을 갖춘 유효한' 휴학 신청만 집계하고 있음에도 지난 12일 30%대를 돌파한 데 이어 나흘 만인 16일 40%대를 넘는 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 규모만 봐도 지난 13일 6000명대를 넘었고, 사흘 만인 16일 7000명대로 올라섰으며 다시 수백명이 신청한다면 조만간 8000명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효 휴학처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은 조만간 유급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림대 본과 1학년 80여명 등 이미 학칙에 따른 유급 요건이 충족된 의대생 사례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수업보강 계획을 세우고 학사일정 연기 등으로 유급을 막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대학에 의대생들의 학습권 보호 조치를 당부하고 있다. 지난 13일 전북대, 14일 가천대에 이어 이날 충북대를 찾는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