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임명 당일 ‘2인 체제’ 방통위에서 선임한 이사진 명단엔 과거 MBC 구성원들을 탄압하거나 현 정부·여당을 비호하는 등 논란을 빚은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다. 언론계는 “부적격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6명과 감사 1명을 임명하고, KBS 이사 7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추천안을 재가했다.

오는 13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방문진 이사 6명 중 2명은 과거 김재철 MBC 사장 시절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이다. 이우용 언론중재위원은 당시 MBC 라디오본부장을 맡으며 제작진의 반대에도 방송인 김미화씨, 김종배 시사평론가의 라디오 하차와 프로그램 폐지를 주도했다. 당시 MBC PD협회에서 사상 최초로 제명됐다. 윤길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방송자문특별위원은 MBC시사교양국장 당시 PD들을 부당 전보 보내고 <PD수첩>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사람은 이사 지원서에서 이 위원장과 유사한 인식을 보였다. 이 위원은 “MBC는 노영방송 또는 특정정당의 대변인이라는 평을 들은 지 오래”라고 했고, 윤 위원은 “회사 조직문화가 노조 활동을 열성적으로 하면 자신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바뀐 것”라고 했다.

방문진 새 이사진에 검사 출신 인물은 2명 포함됐다. 임무영 변호사는 2019년 검사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임 변호사는 이사 지원서에서 “근래 MBC의 잦은 오보와 공영성에 대한 시비 때문에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의심받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MBC가 공영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허익범 변호사는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드루킹 특별검사를 맡았다.

또 김동률 서강대 교수는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란 참 어려워 보인다”며 김건희 여사를 옹호하는 칼럼을 쓴 바 있다.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은 조선일보 기자로 20년 이상 근무한 인물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31일 성명을 내고 “온갖 법과 절차를 다 위반하며 밀실에서 졸속으로 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한 것은 한시라도 빨리 MBC 장악해 버리겠다는 맹목적인 목적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방문진 이사들은) 부적격 순으로 뽑아놨을 법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적폐들의 집합”이라고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이사진 추천 및 임명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방통위가 같은 날 추천한 KBS 이사 7명은 다음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서기석 이사장과 권순범 이사는 연임한다. 지난해 서·권 이사를 포함한 여권 이사들은 김의철 전 KBS사장 해임과 박민 현 KBS사장의 임명을 제청했다. 황성욱 전 방심위원은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함께 편파·표적 논란이 인 신속심의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방심위 통신소위원장 당시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 심의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은 보수언론단체인 바른언론시민행동에서 활동하면서 지난해 ‘후쿠시마 괴담 어떻게 확산되나?’라는 토론회를 국민의힘과 함께 개최했다. 이사 지원서엔 “KBS 사장은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확하고 과감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보수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출신으로, 2016년 방문진 이사회에서 고영주 당시 방문진 이사장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왜 공산주의자인지 주장하는 원고를 1시간 낭독했다. 그는 지난해 한 칼럼에서 “KBS는 국민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며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하는 등 정부·여당과 유사한 인식을 보인 바 있다.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은 KBS 부사장 시절 <6시 내 고향> MC를 일방적으로 교체하려 해 교양문화국 PD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건 여성신문 부사장은 이회창 대통령 후보 정무보좌역, 새누리당 상근 부대변인, 강창희 국회의장 시절 국회 대변인 등을 지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 “이 위원장이 여전히 2인 체제라는 위법적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사 선임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임명된 인물들도 하나같이 공영방송 KBS에 어울리지 않거나 부적격한 인사들”이라며 “신임 이사회는 앞으로 3년 동안 KBS를 이끌 신임 사장을 선출한다. 이런 인물들로 새로운 사장을 제대로 선임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방문진의 전체 이사 수는 9명, KBS는 11명이다. 이 위원장은 두 이사회에서 관례적으로 배분돼 온 비율에 따라 여권 추천 몫 위원들만 각각 6명, 7명을 선임했다. 두 이사회 이사들의 임기는 3년이다.

이진숙, 임명 당일 방문진·KBS 이사진 임명·추천···언론계 “역사의 치욕”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임명 당일 ‘2인 체제’로 회의를 열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이사진 임명·추천안을 의결했다. MBC 사장 교체 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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