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첫 회의를 개최하는 모습. 사진=방통위 제공

윤석열 정부 방송 콘트롤타워 구성이 끝났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첫 출근날 KBS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끝냈고 이튿날 산하기관장 인사를 단행했다. 임명 절차뿐 아니라 임명된 인사들의 면면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 막말과 강한 정치적 발언을 해온 인사들, 방송과 방송사 노조를 탄압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들, 검사, 보수언론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공영방송 이사회와 미디어 기구를 ‘이념 전쟁터’로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강경필 방심위원, 김정수 방심위원. ⓒ연합뉴스, 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캡처
▲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과 민영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사진= 기관 제공.

정치인·검사·방송탄압 언론인 곳곳에 포진

윤석열 정부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산하기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양대 공영방송 이사 20명의 출신을 보면 6명이 정치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정치적 후견주의가 강화될 전망이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된 이진숙 방통위원장부터가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영입 인재로 발탁돼 총선과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력을 갖고 있다. 황성욱 KBS 이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 출신으로 21대 총선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강경필 방심위원 역시 새누리당과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전력이 있다. 민영삼 코바코 사장은 윤석열 대선캠프 특보, 국민의힘 당대표 특보를 지냈고 지난해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다.

이건 KBS 이사는 새누리당 상근부대변인, 이회창 대통령후보 정무보좌역 등을 지냈다. 이인철 KBS 이사는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정부기관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미디어기구에도 임명됐다. 임무영 방문진 이사는 문재인 정부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검사로 주목 받았다. 강경필 방심위원은 검사장을 지낸 인사로 방송통신 관련 경력이 없다. 허익범 KBS 이사는 검찰 출신으로 2018년 ‘드루킹 특별검사’로 대중에게 각인된 인사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공수처 수사자문단 단장을 맡기도 했다.

언론인 출신 인사들은 보수언론 출신이거나 정치적 편향·방송탄압 논란을 빚은 인사들이 다수다. 윤길용, 이우용 방문진 이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각각 ‘PD수첩’ 제작진 교체와 라디오진행자 하차를 주도했다. 류현순 KBS 이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부사장을 지낸 인사로 언론노조KBS본부는 ‘추적60분’ 등 제작자율성 침해 당사자로 지목했다. 김정수 방심위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논란이 됐다. 허엽 KBS 이사와 손정미 방문진 이사는 각각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출신이다. 

▲ 이진숙 체제 방통위에서 임명한 방송문화진흥회 여권 이사들. ⓒ연합뉴스, 각 기관별 제공사진, 뉴스타파 유튜브 캡처, 손정미 유튜브 캡처.
▲ 이진숙 체제 방통위에서 임명한 KBS이사회 여권 이사들. ⓒ연합뉴스, 각 기관별 제공사진, 미디어오늘.

수사 중인데도 기용? 회전문·보은인사

‘회전문’에 ‘보은성’ 인사 경향도 관측된다. 특히 방통위 부위원장으로 현재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태규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은 ‘윤심’ 인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에 올랐으나 낙마했다. 그는 국민권익위를 거쳐 방통위로 자리를 옮겼다. 

황성욱 KBS 이사는 국민의힘 추천 방심위원을 지내며 ‘무리수’ 심의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통신소위 위원장을 지내며 뉴스타파 심의를 강행해 논란이 됐는데 사상 초유의 인터넷언론 심의였다. 무더기 ‘과징금’이 나온 뉴스타파 인용 방송보도 긴급심의를 결정한 것도 황성욱 당시 위원장 직무대행이었다. 그는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등이 적발됐음에도 정부여당 입맛에 맞는 심의를 한 끝에 KBS 이사로 돌아왔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편파심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가족과 지인 등의 심의 민원을 사주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인사다. 현재 관련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연임이 결정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옹호한 발언을 한 동아일보 출신의 허엽 KBS 이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례적으로 두 미디어 기구를 겸임하고 있다. 지난 5월 영상물 등급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KBS 이사도 맡게 됐다. 

연임에 성공한 서기석 KBS 이사는 박민 사장 취임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과거 방문진 이사를 맡았던 이인철 이사는 KBS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선거방송심의위원을 맡아 정부여당 비판 보도 중징계에 다수 참여한 전력이 있다. 

극우·막말·김건희 옹호는 플러스 점수?

막말과 강한 정치적 발언 등이 논란이 된 인사들도 유독 많다. 당장 이진숙 방통위원장부터가 ‘극우’ 꼬리표가 붙을 정도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음모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이태원 참사 음모론을 제기하고 위안부에 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논쟁적”이라며 답을 피했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과거 저서 등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좌익단체들이 총동원돼 대중을 선동한 사변’이라고 규정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책임론에는 “고대국가 시대에 일어난 천재지변의 책임을 물어 왕 내지 신지(군장)를 처단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임무영 방문진 이사는 블로그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장애인 비하성 발언을 했고 한국인을 비판적으로 지칭할 때 “조선인”이라 하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가리켜 “쓰레기”라고 했다. 시사 유튜버이자 정치평론가인 민영삼 사장은 지난해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할 당시 “좌파 세력의 포퓰리즘과 가짜뉴스를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코바코 사장 면접심사 당일 유튜브를 통해 “개구리가 뒤지기 전에 다리 쭉 뻗는다. 이재명 대표는 금년 전기 국회 때까지 다리 쭉 뻗다가 찍하는 그런 상태가 오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정수 방심위원은 지난 3월 한 토론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할 이유가 없었다며 미디어의 선택적 왜곡이라고 했다. 허엽 KBS 이사는 동아일보 문화부장 시절 블랙리스트 옹호성 칼럼을 썼다. 

김건희 여사 옹호 발언을 한 인사들도 있다. 최철호 이사장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회의 때 김건희 여사 명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가정주부 입장”을 강조하며 옹호했다. 김동률 방문진 이사는 지난해 서울신문 칼럼을 통해 “김 여사는 커리어 우먼으로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훨씬 적극적이고 다양한 사회적인 삶을 살아왔다”며 조용하게 칩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썼다.

전문성 결여 지적에 “자존심에 상처” 반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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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인사가 임명된 기관들에선 우려와 반발이 잇따른다. 코바코 관계자 A씨는 민영삼 사장의 광고 전문성이 전무하고 과거 고위공직에 있었던 사람도 아닌 점을 지적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구성원들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코바코만의 일은 아니다’라며 위안을 삼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박근혜 정부 당시 막말 논란이 불거졌던 시사평론가 이석우씨가 이사장 재직 시절 미디어 교육에 개입하는 등 논란이 불거진 적 있어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언론계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 이사회가 사회적으로 문제 있는, 과거 물의 일으켰던 인물들의 집합소처럼 변질됐다”며 “(정부가)이념전쟁을 벌이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MBC본부는 6일 <하나같이 부적격자, 방문진이 폐기물 처리장인가>란 입장문을 노보에 내고 “방송 분야 경력이나 전문성을 바라는 것은 사치로 보일 정도”라며 “MBC를 일부러 망가뜨리려는 속셈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집합”이라고 했다. 

▲ 윤석열 정부 미디어기관 인사들.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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