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6일 당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김문수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전 위원장이 그간 보여온 극우 행보를 감안할 때 노동계 목소리는 ‘반대’로 모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이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김문수 신임 장관은 노동계를 진정한 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무너진 노정관계 복원에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이 향후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될 것을 전제하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지난해 6월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노정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 꾸준히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설득했다. 또 경청콘서트를 열어 청년·대리운전기사·배달라이더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공을 들였고,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야인 시절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얻은 ‘아스팔트 김문수’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행보였다.

하지만 경사노위 위원장 시절의 이런 모습이 극우 행보와 반노동 발언 등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순 없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죄 없이 탄핵당했다”고 적었다.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재직 중이었지만 스스럼 없이 사회적 상식에 반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는 2018년 5월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시절 “(동성애는) 담배 피우는 것보다 훨씬 더 인체에 유해하고 한 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명백한 혐오 발언이다.

김 전 위원장은 노조법 2·3조 개정에 힘을 싣고 있는 한국노총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도 했다. 그는 2022년 유튜브 채널에서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을 두고 “노동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가장 두려워한다.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가정이 파탄나게 된다”고 말했다. 손배·가압류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수많은 노동자 유족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발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5월엔 건설노조 수사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설노동자 양회동씨 분신 방조 의혹 기사를 공유하며 “충격적”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해당 의혹은 경찰조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한국노총 내부적으로 어떤 입장을 낼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김 전 위원장 지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는 대신 그를 노동부 장관으로 인정하고 노동계가 요구하는 사안을 얻어내는 게 더 실사구시적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다만 한국노총이 간과한 것이 있다. 대통령이 극우 행보를 했던 인사를 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해도 노동단체에서 반대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 말이다. 국무위원 인선의 최저 기준이 더 내려갈 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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