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에 부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매섭다.

대형마트 부동의 1위 이마트가 창사이래 첫 희망 퇴직에 나선데 이어 실적 부진을 이유로 그룹 임원을 전격 경질했는가 하면 SK계열사 11번가는 희망 퇴직과 함께 인력 재배치에 들어갔다.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비용 절감을 이유로 유통업체들이 인력 구조 조정의 칼을 빼들고 있다.

그래픽 | 김덕기 기자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신세계건설 정두영 대표이사를 전격 경질하는 등 회장 승진 후 첫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실적과 성과중심의 인사평가 제도를 구축했다. 내부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경영 성과에 따라 CEO와 임원진을 수시로 교체하는 것이 골자다.

정 회장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원 경질을 통보한 것은 신세계건설을 자회사로 둔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2021년 3000억원을 웃도는 영업 이익을 냈지만 2022년 이익 규모(1357억원)가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에는 신세계건설의 수익성 악화로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쿠팡과 중국 알리익스프레스 등의 공세가 거세지자 이마트는 1993년 설립이래 전 사적으로 첫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이마트 관계자는 “4월12일까지 희망 퇴직을 받는데 아직 규모는 파악하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업무 전반에 간소화 프로세스를 구축해 인력 운영과 배치를 최적화하는 등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창사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에 들어간 이마트

11번가는 최근 두 차례 희망 퇴직을 받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인력 재배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말 1차 희망퇴직 신청자가 10명이 채 안되자 지난 3월말 2차 희망 퇴직을 받았고 외주업체에 주던 물류센터 업무를 내부 인력 50여 명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측은 “비용 절감과 인력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1번가의 대주주인 SK스퀘어는 지난해 11번가 매각을 추진했지만 불발되는 등 실적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11번가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하는 등 2020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자금난을 겪고 있다.

두차례 희망퇴직에 이어 인력 재배치에 들어간 11번가

문제는 유통업계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데 있다. 고물가·고금리 등 경기침체에 소비심리가 위축될 경우 기업들은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을 우선 고려하게 마련이다.

경기흐름의 바로미터인 소비가 악화되면 유통업체의 실적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력 구조 조정의 칼부터 빼들고 있어서다.

급변하는 유통환경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코로나팬데믹을 계기로 온·오프라인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중국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거대 유통공룡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저출산 장기화와 AI(인공지능)·스마트 기기 인력 대체 등도 위기감을 몰고 오는 이유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통업계 구조 조정이 확산하지 않을 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GS리테일은 매년 희망퇴직을 받기로 하는 등 인력조정에 나서고 있다. 다만 실적부진 등의 이유보다는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복리후생제도라는 것이 GS리테일 측의 설명이다. 앞서 GS리테일은 지난 2021년 GS홈쇼핑과 합병하면서 20년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롯데그룹은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1년,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롯데마트는 2021년 상·하반기에 이어 지난해말 세 번째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또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2020년에 이어 지난해 한차례 더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롯데홈쇼핑 역시 지난 9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 유통계열사 중 희망퇴직을 진행중이거나 인력조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고자 지난해 말 계열사별 희망퇴직을 모두 마쳤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위기를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으로 넘을 게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소비트렌드를 읽고 신사업을 발굴해 생존 전략을 짜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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