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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원들이 2020년 1월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강사 고용 안정을 위한 정부 재정 확대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대법원이 강의를 배정받지 않으면 임금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대학들의 이른바 ‘0시간 계약’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경상국립대학교 시간강사 하태규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하씨는 2019년 경상국립대 대학원 정치경제학과 시간강사로 처음 임용된 이후 1년 단위로 재임용돼 2022년 8월까지 3년간 일했다. 하씨는 2021년 2학기까지 주당 3~6시간씩 강의를 맡아 매월 보수를 받았다. 그런데 2022년 1학기에 대학 측은 돌연 하씨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않고 급여도 지급하지 않았다.

하씨는 대학 측이 강의를 배정하지 않아 자신이 6개월간 휴업하게 됐다며 경상국립대의 운영 주체인 국가를 상대로 “휴업수당 약 358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또 “설령 피고에게 휴업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 하더라도 피고가 강의를 배정하지 않아 원고를 강제로 휴직시킨 것은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에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했다.

반면 대학 측은 ‘강의가 없는 학기는 별도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임용계약서 조항에 따라 하씨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또 하씨를 강의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위자료를 지급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대학의 귀책사유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은 이를 뒤집어 “국가가 하씨에게 월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 약 358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전임교원 강좌와 함께 시간강사인 하씨에게 강의를 배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대학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봤다. 전임교원 강의 비율을 6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강의를 배정할 수 없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강의가 없는 학기는 별도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임용계약서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해 무효이고, 휴업수당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했다.

법원, 시간강사 ‘0시간 계약’ 첫 제동…“근기법상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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