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동구 여자 중·고교에 대한 흉기 난동 예고와 같은 협박글부터 의사 집단행동 관련 선동글까지 ‘온라인 게시글’에 대한 경찰 수사가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게시글이 주는 집단적 공포나 파급력이 커지면서 경찰 또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건 유형이지만, 글쓴이 신원 파악이나 혐의 확정에 있어 난관도 만만치 않다. 부적절한 경우가 있다해도 글에 불과한데 형사처벌을 목표로 한 수사로 다루는 게 바람직하냐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게시글 수사의 첫 단추는 ‘글쓴이 특정’이다. 경찰은 온라인 커뮤니티 본사를 압수수색해 서버나 피시(PC), 노트북 등을 확보하고 문제의 글쓴이 아이피(IP)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수사한다. 그러나 익명 기반 커뮤니티 ‘블라인드’처럼 아예 서버에 작성자 정보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실제 경찰은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논란 당시 블라인드에 올라온 조롱글에 대한 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작성자 인적 사항을 특정하지 못하고 사건을 종결 처리한 바 있다.

사법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국외 기반 커뮤니티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이라면 수사 협조 공문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해당 국가에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명예훼손죄 등으로는 협조 받기가 수월하지 않다. 

가상사설망(VPN)으로 신원을 숨기는 등 여러 수법을 동원하는 사례도 있어 여전히 재빠른 글쓴이 특정은 쉽지 않지만, 게시글 수사가 늘어나면서 글쓴이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도 고도화하고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압수수색해서 얻은 정보만으로 수사하는 건 아니다. 경찰의 수사 기법을 총동원해서 블라인드 글 작성자를 특정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를 특정했다해도 혐의 적용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강동구 여성 학생에 대한 흉기 난동 예고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살인 예고글처럼 피해자가 특정된 경우는 살인예비죄 또는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막연한 협박글은 처벌 조항이 애매하다.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실제 발생 가능할 것으로 생각될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 고지가 있어야 한다. 살인예비죄는 고의성과 구체적인 준비행위까지 입증돼야 한다. 경찰은 시간이나 장소 등을 특정해 살인예고를 하는 경우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보고 검거에 나선다. 다만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지 않은 글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더라도 혐의 적용이 어려워, 이를 처벌하기 위한 ‘공중협박죄’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중협박죄는 무차별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법률로, 지난해 연이은 흉기난동에 이은 난동 예고글 이후 신설 논의가 본격화했다.

최근 경찰이 수사에 나서 일부 글쓴이를 특정한 전공의 집단행동 선동글도 혐의 적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은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전공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등의 글을 쓴 작성자를 서울 소재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로 특정하고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자료 삭제를 할 만한 전공의들과 글쓴이 사이에 공모관계가 존재하는지, 실제로 병원에서 자료 삭제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처벌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서울 소재 법원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커뮤니티 글만으로는 업무방해죄 성립이 어려워 보인다”며 “예민한 사안에 대한 부적절한 선동이기는 하지만, 단순 의견 표명에 불과한 게시글을 형사처벌로 다룰 문제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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