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21일자 조선닷컴 기사에 삽입된 조국 대표 부녀 삽화.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성매매·절도 범죄 관련 보도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딸 조민씨를 연상케 하는 일러스트를 사용해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조선일보가 재판 과정에서 ‘조국 대표가 SNS에서 이 기사를 문제삼아 사건이 공론화됐고, 조국 부녀의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국 대표가 SNS에 글을 올리기 전부터 일러스트 오류를 확인한 누리꾼이 있었으며, 일러스트 게재 과정에서 조선일보 측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는 지난 14일 조국 부녀가 조선일보와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조선일보 대구취재본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소속은 조선비즈다. 조선일보는 2021년 6월 범죄 관련 기사에 조국 부녀 일러스트를 사용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조선일보는 사과문과 사고 경위, 재발방지 대책을 지면에 게재했지만 조국 대표는 조선일보와 기자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1700만 원이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재판 과정에서 일러스트 교체까지 시간이 길지 않았고 교체 후 조국 대표가 SNS에 이를 문제삼는 게시물을 올린 탓에 사건이 공론화됐기 때문에 조국 부녀의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조국 부녀가 묘사된 일러스트를 기사에 넣고 2시간 30분이 지난 후 다른 사진으로 교체했고, 조국 대표는 다음날 페이스북에 이를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재판부는 “온라인 기사에 일러스트가 삽입돼 초상권을 침해하면서 조국 부녀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일단 기사가 웹사이트에 게시돼 공중이 볼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일부 독자들은 일러스트에 조국 부녀가 묘사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일러스트는 2021년 2월 서민 교수가 조선일보에 게재한 칼럼에 사용된 것이다. 조선일보 내부 데이터베이스에는 해당 일러스트에 대해 <조민 추적은 스토킹이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서민 교수 칼럼 제목이 설명으로 달렸다. 재판부는 “일러스트 설명은 칼럼 제목과 동일하기에 조선일보와 기자는 일러스트 사용에 앞서 출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 확인을 거치지 않더라도 일러스트에 묘사된 인물이 조국 부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조국 부녀가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 자들로 초상권 제한을 일부 감수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범행을 보도하는 데 자신들을 묘사한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것까지 동의했으리라고 보기 어렵다”며 “조선일보는 조국 부녀 일러스트를 함부로 공표해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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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일러스트가 게시된 시간 간격 △기자에게 고의성이 보이지 않다는 점 △조선일보가 조국 부녀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하고 사건 발생 경위를 보도한 점 △조선일보가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 △조국 부녀의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1700만 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조국 부녀의 명예권 침해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국 부녀가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범행의 피해자·가해자 관계에 있다고 인식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조민씨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오인했다는 댓글은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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