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에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마스크 착용 권고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약이) 하나도 없습니다. 닷새 전에 조금 들어왔다가 바로 다음 날 다 떨어졌어요."
21일 서울 강북구 소재 A약국에 코로나19 치료제(팍스로비드·라게브리오) 재고가 있는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이 약국에선 "보건소에 필요한 물량을 신청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만 공급받는 상황"이라며 "주변 병원에서도 재고를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 며칠째 물량이 들어오지 않아 환자가 와도 그냥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치료제 수요를 공급이 쫓아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강북구의 약국 5곳에 치료제 재고를 문의한 결과, A약국을 비롯한 3곳은 "재고가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B약국 직원은 "재고가 떨어진 지 꽤 오래됐다"며 "지난 일주일 사이 들어온 물량은 팍스로비드 8명분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나마 치료제가 있다는 약국 두 곳도 "팍스로비드 하나 남았다"라거나 "몇 개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북구는 서울에서 인구수 대비 65세 이상 비율(23.4%)이 가장 높은 구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이 그만큼 많은 지역인 셈이다.

이런 수급 차질을 고려해 정부는 치료제 26만2000여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예비비 3268억원을 긴급 편성했다. 지난주부터 추가 도입 치료제를 공급하면서 이달 내로 수급이 안정을 찾을 거란 전망도 했다. 하지만 실제 처방·조제기관까지 공급되는 속도가 더뎌 의료현장에선 여전히 치료제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대형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주 6만명분을 공급했다고 하는데, 환자 발생 속도를 고려하면 이틀 만에 동날 수준의 물량"이라면서 "우리 병원도 일주일째 품절이라 응급실에 온 고위험군 환자도 그냥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여기저기 연락해 간신히 약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가 응급실에 몰리면서 치료제가 없는 병원은 '응급실 종합상황판' 사이트를 통해 "코로나 양성 환자 진료 불가"라고 알리기도 한다. 서울의 한 병원은 지난 17일부터 '코로나 치료제 없음, 증상에 따른 약 처방만 가능'이라는 공지를 띄웠다. 만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처방이 권유되는 코로나19 치료제 대신, 감기약이나 일반 해열제 등만 처방 가능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세와 의정갈등 장기화로 인한 응급실 과부하가 우려되고 있는 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환자들이 호송되고 있다. 뉴시스

고위험군이 밀집된 감염취약시설인 요양병원에서도 치료제가 부족해 일반 감기약 등으로 대체하는 상황이다. 한 경기도 소재 요양병원 원장은 "치료제가 모자라 증상에 맞는 약을 대신 처방하고 있다"며 "다행히 코로나 증상이 예전보다 가벼워져 큰 문제는 없지만, 기저질환자의 경우 (치료제가 없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올해 도입한 먹는 치료제 규모가 지난해에 훨씬 못 미쳤단 점에서 여름철 유행 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2분기 먹는 치료제를 17만9000명분 도입해 전년 동기(34만1000명분)의 절반가량만 확보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0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5~6월 낮은 발생률을 보여 이렇게까지 갑자기 (치료제)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예비비로 추가 확보한 치료제 공급 속도를 앞당겨 26일부터 17만7000명분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영미 청장은 21일 브리핑에서 "당초 다음 주까지 14만명분이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제약사와 협의를 통해 일정과 물량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향후 유행 상황에 대해서는 "다음 주 정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하는데, 실제 발생 규모는 예상보다 다소 낮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 청장은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0.05%로 계절 독감과 비슷하다"면서 "현재 유행 상황은 지난 2020~2022년 대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닌 엔데믹화(풍토병화)되는 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를 다시 하거나 위기 단계를 올리며 대응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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