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투자주식 임의 평가’ 쟁점 전망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회계처리 영향 미쳤나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기했던 행정소송 결과가 적잖은 파문을 낳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4일 삼성바이오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분식회계를 한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리면서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문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규명할 핵심 관건으로 지목됐다. 서울고법에서도 같은 사안을 다루는 행정소송 항소심이 뒤따라 열리고 있다.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항소심은 지난 5월부터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가 지난 14일 선고한 판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했다는 의혹이 핵심 쟁점이었다. 선고 결과만 보면 재판부는 원고인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판결문을 살펴보면 세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바이오에 시정요구 등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해 “사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관건은 삼성바이오의 2015년 ‘투자주식 임의 평가’ 회계처리 과정의 부정행위가 있었느냐 여부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간 연결고리를 짚었다. 2018년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에피스를 회계처리 하면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고 과징금 80억원 등 제재 조치를 했다. 삼성바이오는 2012~2014년에는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처리하다가 2015년부터는 지배력에 변동이 생겼다면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했는데,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기업가치를 실제보다 키우기 위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하고 부정을 저지른 것이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이런 과정을 거쳐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가치가 29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회계규칙상 종속기업을 관계기업으로 변경하면 주식을 시장가액으로 평가받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도 2012~2014년의 회계처리는 회계규칙 위반이 아니지만, 2015년부터의 회계처리에는 비정상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가 이렇게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자본잠식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고 봤고, 이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가 이 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자회사였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는 제일모직 가치를 키워 삼성물산과 합병할 때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해줬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관계기업으로 조정한 시점의 기준을 2015년이 아닌 그 이전으로 보고 회계처리를 했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는 2014년 또는 그 이전 시점을 지배력 상실 시점으로 보아 회계처리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특히 구 삼성물산의 합병일이 2015년 9월1일이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지배력 상실 시점을 그 이후로 검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배력 상실의 근거가 되는 사실과 상황이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가지고 특정일 이후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할 것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특정일 이후의 사건을 찾아 나가는 것은 일반적인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 모습과 거리가 멀다”고 판시했다.

이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1심 판결과 배치된다. 이 회장 불법승계 의혹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시기에 맞춰서 삼성바이오가 지배력 변경에 따른 회계처리 논리를 개발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배력 상실 가능성은 2015년 10월12일 회의에서 제시된 주장으로 보인다”며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논리를 개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행정법원의 판결에 이어 서울고법 행정소송 항소심도 같은 사안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볼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행정6-3부(재판장 홍성욱)는 지난 21일 삼성바이오가 증선위를 상대로 낸 임원 해임권고 등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재판을 열었다. 삼성바이오 측은 “증선위의 1차, 2차 처분의 적법성까지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재판부는 쟁점 정리를 위해 다음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3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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